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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의 힘
진정성의 힘
  • 조재근
  • 승인 2020.05.1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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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의 힘
진정성의 힘

 

제임스 H. 길모어 , B. 조지프 파인 2세 지음 | 윤영호 옮김 | 21세기북스 | 440쪽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진실성과 가식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구매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소비자는 상품이 자신의 이미지와 잘 부합할수록 더 진실된 것으로 여긴다. 제임스 H. 길모어와 B. 조지프 파인 2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진정성을 하나하나 분석한다. 또한 디즈니는 체험을 강조하고, 스타벅스는 원두의 고유성을 중시하듯, 다양한 경제적 산출물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진정성을 강조하고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그럴듯하지만 기업 정체성을 거스르거나, 팩트를 등한시해 실패한 사례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이 진정성을 갖추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고유의 진정성을 구축하는 일이다. 같은 시장이라도 모든 기업은 역사와 지향이 다르고, 상품과 서비스도 다르기 때문이다. 타사와의 비교보다는 역사와 체험, 고객 피드백을 중시해 가능한 진정성의 현실을 구성하라는 것이 두 저자 주장의 핵심이다.

스포츠에서는 1등의 가치가 다른 분야에서보다 더 인정받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더러운 세상’이라도 2등이 죽으란 법은 없다. 과거 미국 렌터카 시장 부동의 1위는 허츠(Hertz)였지만, 허츠의 아성에 도전해 성과를 거두고 훌륭한 사례로 남은 회사가 있다. 바로 에이비스(Avis)이다. 에이비스는 “우리는 더 열심히 합니다(We Try Harder)”라는 광고 문안으로 두 배 이상(61%-29%)이던 시장 점유율을 4년 만에 10%p대(49%-36%)로 좁혔다. 소비자들에게 언더독(도전자)이 갖는 가능성과 노력의 진실된 가치를 인식시켰다. 즉, 진정성을 인정받아 성공을 거둔 것이다.

진정성에 대한 수요는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된 기술의 발달로 크게 증가했다. 새로운 통신기술은 상호작용에서 대인 간 교류의 비중을 대폭 낮추었다. 길모어와 파인에 의하면 기술로 매개된 비즈니스계의 상호작용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같은 시간/다른 장소’ ‘다른 시간/같은 장소’ ‘다른 시간/다른 장소’ ‘같은 시간/같은 장소’가 그것이다. 우리가 기업들과 맺는 대부분의 관계는 마지막인 ‘같은 시간/같은 장소’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세계가 열렸고, 소비자들이 고객센터나 매장에서 기계와의 접촉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더 늘어났다. 키오스크 주문, 스팸메일, 인터넷 전문은행, ARS까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일상에서는 SNS가 사적·공적 교류의 새로운 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간-디바이스 또는 디바이스-디바이스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은 진정성을 갈망하게 되었다.

당신이 CEO라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전 당신의 비즈니스가 어떤 유산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에 근거하여 기업의 전략적 가능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길모어와 파인은 진정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고, 이 책에서는 이를 위해 다양한 시각자료를 활용했다.

우리가 ‘좋은 상품(서비스)’이라고 이야기하거나 생각하는 것들을 잘 살펴보면 진정성의 5가지 유형과 그 범주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소비자로서 갖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좋다’는 표현으로 뭉뚱그리고 있을 뿐이다. 비즈니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성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매일의 소비를 통해 진정성이 있거나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있다.

길모어와 파인은 진정성이 선진화된 경제에 가져올 새로운 활력을 기대할 뿐 아니라, 경제를 넘어 철학적인 주제로서의 진정성의 본질을 밝히려고 했다. 이 책은 진정성이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연출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인지까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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