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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체제전환과 국가』(신우철 지음, 영남대출판부 刊)
주간리뷰 : 『체제전환과 국가』(신우철 지음, 영남대출판부 刊)
  • 정태호 경희대
  • 승인 2003.1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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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헌법을 얘기하자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의 추진을 명령하고 있다(제4조). 헌법이 명하는 통일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통일의 성취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이미 50년 이상 이질적인 사상·경제체계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인구 7천만 이상의 남북한의 이질적 공동체가 합일될 경우 발생할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무조건적 통일을 부르짖는 낭만적 통일운동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그 해답은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냉정하고 엄밀한 과학정신 속에서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신우철 교수는 독일의 통일과 중국의 경제개혁이라는 현재진행형의 사례가 제기하는 헌법적 문제들에 대한 비교헌법적 연구성과들인 8편의 노작들을 하나로 묶은 '체제전환과 국가: 독일통일·중국개혁의 비교헌법론'을 통해서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차피 통일될거라면 미리 줘도 손해없다는 논리가 횡행하고 있는데, 생존 최소 수준을 넘는 지원과 교류는 철저히 조건적, 상호적이어야 한다."-본문 281쪽에서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통독의 과정은 동독이 경제대국인 서독에 가입함으로써 서독의 정치·경제제도를 동독에 동시에 급속하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사회경제적 동질성 조성과 관련해 아직도 독일경제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고 중국의 분권적·다층적 국가구조는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에서 시장경제적 요소를 단계적으로 확대했는데, 그 성공적 정착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관련 헌법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중국의 이른바 내재적, 점진적 경제체제전환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남한의 흡수통일역량의 부족 및 북한의 중앙집권적·단층적 국가구조를 고려할 때 독일통일의 방식이나 중국의 경제개혁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즉 남한제도의 부분적 수입과 북측제도의 내재적 성장을 결합해 국가통일·체제전환을 진행하는 제3의 길만이 안전하고 저렴한 통일방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인식에 토대를 두고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을 넘는 지원·교류에 대해서는 철저한 상호주의원칙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연구를 多面性을 지닌 '국가'라는 종합적 분석도구를 통해 이른바 거시적-동학적 방법 및 종합과학적 방법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이는 "국가는 단순한 법형식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태이기도 하다", 헌법 역시 "조문만이 아니라 현실이기도 하다"는 그가 수용한 국가론적·헌법이론적 전제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헌법조문들의 미시적 분석으로 인한 협착과 단순비교로 인한 공허가 극복되고 체제전환과정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했던 통일독일과 중국의 전체적 '현실'이 헌법적 제도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분석·정리·비교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헌법학자만이 아니라 통일문제 내지 체제변화에 관심 있는 사회과학자들 일반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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