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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절의 아이콘, 백이와 숙제
충절의 아이콘, 백이와 숙제
  • 조재근
  • 승인 2020.05.13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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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와 이미지 변용의 계보학 지의 화랑 12 | 양장본
충절의 아이콘 백이와 숙제
충절의 아이콘 백이와 숙제

 

김민호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352쪽

주나라 무왕이 아버지의 위패를 수레에 받들어 싣고 동쪽 은나라 주왕을 정벌하려 할 때,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 이렇게 간한다. “부친이 돌아가셨는데 장례는 치르지 않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다니 이를 효(孝)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신하된 자가 군주를 시해하려 하다니 이를 인(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이 한 장면으로 백이와 숙제는 지금까지도 충의와 절개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동아시아 문헌들이 전하는 여러 기록을 찬찬히 뒤져보면, 백이와 숙제는 때론 변절자가 되기도 했고, 때론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정권 변동기나 혁명기엔 힘 있는 자들에 의해 그 형상이 갖은 굴곡을 겪기도 했다.

이 책은 백이와 숙제의 창조된 형상이 중국의 전 시대에 걸쳐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국가에서는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어왔는지를 통시적으로 조감한 흥미로운 문학 저작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고정되거나 절대적인 이미지 혹은 실체는 존재할 수 없으며 다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활용ㆍ소비될 뿐이라는, 문헌학적이고 객관적인 서사와 이미지 변용의 계보학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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