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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시학과 예술
환기시학과 예술
  • 조재근
  • 승인 2020.05.13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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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시학과 예술
환기시학과 예술

 

최인령 지음 | 이학사 | 357쪽

이 책은 5부 12장으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시학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고 환기와 인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후 환기시학의 핵심 요소인 병렬 원리, 전형 원리, 다성적 효과로 작동되는 환기 모형을 제시한다. 환기 모형에 따르면 시는 병렬의 형식원리와 전형의 인지의미 원리의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예술 장르로서 신비의 여지를 남기면서 무언가를 환기하는 힘을 지닌다. 따라서 독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시의 환기 효과를 포착하고 감상하게 된다.

제2부에서는 환기시학의 접근 방법으로 19세기 후반기 프랑스의 3대 시인 베를렌, 말라르메, 랭보 시에서의 환기 효과를 분석한다. ‘물의 풍경’, ‘성모’, ‘목신’이라는 제각기 다른 이미지를 표상하는 세 시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환기적 표상의 다양성을 분석한다.

제3부에서는 환기 모형을 음악에 적용하기 위해 시와 구별되는 음악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드뷔시의 피아노곡 〈물의 반영〉과 가곡 〈한숨〉(말라르메의 시, 드뷔시의 곡과 라벨의 곡)을 분석하여 시적 환기와 음악적 환기의 합일점과 차이점을 논의한다. 음악은 시와 마찬가지로 환기하는 힘을 지닌 예술로서 밝힘과 숨김의 절묘한 청각적 연출이다.

제4부에서는 시와 회화의 관계를 연구하고 환기 모형의 회화에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한다. 회화는 시각 이미지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상하기 때문에 감상자에게 환기적 해석을 크게 요구하지 않았다. 19세기에 사진이 등장하면서 인상파 화가들을 중심으로 회화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환기적 회화의 출현은 20세기 초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에서 비롯된다. 이에 상징주의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인상주의 색체가 가장 두드러진 시인인 베를렌과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 환기적 해석을 증폭시킨 초현실주의 시인인 엘뤼아르와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의 작품을 비교 분석한다.

제5부에서는 속담과 광고 슬로건의 연구를 통해 환기시학의 영역을 일상 언어와 대중문화로 확장한다. 환기 모형을 중심으로 속담과 광고 슬로건의 환기적 특성을 살펴보고, 시와 속담을 모방하거나 변형시킨 광고 슬로건을 모조형ㆍ변이형ㆍ창조형의 세 가지 환기 유형과 공감각적 환기로 나누어 분석한다. 결국 광고 슬로건은 밝힘과 숨김의 절묘한 연출을 통해 기억하기 쉬우면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자극하는 환기적 발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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