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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 복합 문화공간 제비꽃다방 대표]"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은 지금에 만족해요"
[성운 복합 문화공간 제비꽃다방 대표]"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은 지금에 만족해요"
  • 장혜승
  • 승인 2020.05.1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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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다방 성운 대표
제비꽃다방 성운 대표

'나다움'에 목말라하는 시대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전하는 기업 현직자들의 취업 꿀팁에는 항상 '나다움'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장 찾기 쉬운 게 타인이기에 사람들은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지난한 모험 대신 차라리 옆사람에게 눈길을 돌리고 만다. 전직 가수이자 서울 부암동 복합문화공간 제비꽃다방의 성운(본명 양철준) 대표도 타인을 곁눈질하며 나를 찾아 헤맨 20여년의 세월 끝에 지금의 나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1998년에 데뷔해서 유망한 작곡가로 활동하다 가수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가수로 6년 동안 활동해보니 작곡가와 가수는 어떤 게 다르고 어떤 직업이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가수로 전향이라기보다는 대중 작곡가를 그만두겠다는 이유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수익만 중시하는 상업적 접근법이 제가 꿈꾸던 음악가의 삶이 아니였고 잘하지 못했어요. 제가 좋아해서 느끼고 표현하는 것보단 그 시대 대중의 취향에 앞서지도 말고 정확히 턱 밑에서 놀아야 히트치는 곡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멋진 것인데, 전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음악을 접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마지막으로 택한 것이 내가 원하는 음악을 음반으로 발표하는 것이었죠. 흥행으로는 참패했지만 후회 없고 즐거웠어요.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죠. 첫 음반으로 해보고 싶은 시도는 다 해봤으니까요. 다시 작곡가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제비꽃다방
제비꽃다방

-첫 앨범 몽향의 타이틀곡 ‘포장마차에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재즈 음악의 곡 제목이 포장마차라는 것도 의외지만 네티즌 평처럼 약간 뻑뻑한 느낌의 정서와 깔끔한 멜로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이틀곡을 포장마차로 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네, 모니터 결과 가장 대중적이었어요. 역시나 대중이 우선이였죠.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네요. 그냥 맘 가는 대로 할걸.“

-지금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 첫 곡 타이틀을 정하신다면요?

”제가 좋아했던 곡으로 할 거예요. 1집 앨범 중에 ‘백일몽’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타이틀로 했을 겁니다.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좋아하는 거로 하는 게 맞는데 그 때는 대중의 취향에 맞추는 게 맞겠다 싶어서 맞춘 거였죠.
하지만 대중의 취향은 맞춘다고 맞춰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장 나다운 거, 좋아하는 걸 선택했을 때 대중도 좋아하게 됩니다. 앞으로 음반이 나오든 무슨 선택을 하든 좋아하는 걸 선택할 겁니다.“

-음악을 하시다 갑자기 카페 사장이 되신 이유가 있나요?

“제비꽃다방은 저도 처음에 손님으로 왔던 flat274라는 카페였어요. 원래 사장님이 유명한 작가분이셨는데 갑자기 카페를 그만두고 내놓는다길래 카페가 사라지기 전에 가보려고 왔다가 덜컥 계약을 하게 됐어요.

제비꽃다방 내부
제비꽃다방 내부

 

-제비꽃다방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궁금합니다.

”제가 카페하기 전에 친한 사람들 중 미술작가들과 음악가들이 많았는데 작가들이 돈이 없잖아요. 이 친구들하고 돈버는 일을 해볼까 해서 웨딩산업을 했어요. 저희 아이템이 신랑신부의 스토리플래너가 돼서 그들의 스토리를 미술작가와 음악가에 의뢰해서 미술이나 음악 같은 작품이 나오면 결혼할 때 청첩장에 쓰자는 아이디어였어요. 제비꽃다방은 원래 프로포즈할 때 활용하려 했는데 막상 카페 사장으로 운영을 시작하니까 초창기 계획들을 다 접어버리게 됐어요. 부암동이 저를 딱 끌어앉힌 거죠. 원래 그 웨딩 프로젝트 이름이 ‘라비올라’라고 제비꽃 프로젝트였어요. 
예전에 손님으로 어떤 어르신이 오셨는데 이름이 왜 제비꽃이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손님이 말씀하시길 원래 이 카페 뒤의 공간이 제비꽃길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이 동네가 원래 제비꽃군락이 많잖아요.

제비꽃다방 내부 갤러리에서는 상시 전시회가 열린다.
제비꽃다방 내부 갤러리에서는 상시 전시회가 열린다.

 

-우연 같은 운명이랄까, 그런 느낌이 드네요.

“사실 우연은 없어요. 부암동이 저를 끌어앉힌 것도 그냥 받아들였어요. 웨딩업계에서 같이 일했던 대표님은 빨리 좀 나오라고 시골에 처박혀서 뭐하냐고 그러세요.”

-손님으로 왔을 땐 예상 못하셨겠네요

”그쵸. 그 때는 웨딩 쪽하고 그랬는데. 인생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요. 그래도 만족해요. 만족 안하면 어떡할 거야.“

제비꽃다방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음악회가 열린다. 현재는 코로나로 잠정 연기된 상태이며 추후 기획공연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제비꽃다방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음악회가 열린다. 현재는 코로나로 잠정 연기된 상태이며 추후 기획공연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출처-제비꽃다방 인스타그램 캡쳐

 

-제비꽃다방에서 상시로 여는 미술 기획전 외에도 주말마다 재즈 공연 및 다양한 문화 행사들을 기획해서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고 계신데, 제비꽃다방이 어떤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제비꽃다방을 운영하기 전 flat274일 때나 지금이나 문을 열고 들어오면 따스하고 벅차오는 감정을 느껴요. 다방에 오시는 분들도 그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울고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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