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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5·18 40주년,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심영의의 문학프리즘] 5·18 40주년,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 교수신문
  • 승인 2020.05.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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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20주년이던 해, 2000년에 발표된 송기숙 선생의 장편소설『오월의 미소』에는, 1980년 당시 가해자의 일원이었던 공수부대 장교와 공수부대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고 오랫동안 정신병원을 드나들다 결국 자살하고 마는 피해자 여성과의 영혼결혼식 장면이 나온다. 제목이 함의하고 있는 것처럼 소설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맺힌 것은 풀어야……” 한다는 작중 인물들의 입을 빌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와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20년 전에 발표된 소설이다.  

최근 사자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의 형사 재판정에 출두했던 5·18당시 신군부의 리더였던, 그리고 나중에 대통령이 되기도 했던 이는 자신은 광주의 죽음과 무관하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2017년에 펴낸 회고록 1권에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내란’으로 판정되었던 ‘광주사태’는 어느 날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되더니 어느 순간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역사는 수정되었고, 그 역사는 사회적 통념으로 규정되었으며, 급기야 신화의 지위를 차지하고 말았다.”(1권, 378-379쪽)고 울분을 토하는 사람이다.

요컨대 광주의 숱한 죽음과 죽임에 관련한 최고 책임자가 그러한 사실 자체를 깡그리 부정하고 있는 게 5·18 40주년을 맞은 오늘의 현실이다. 송기숙 선생의 소설을 비롯한 5·18소설들에서 용서와 화해를 말할 때, 광주에 내려왔던 군인들 역시 분단체제의 희생자라는 인식이 개입하고 있고, 그것은 올바른 인식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는 반성과 처벌 대신에 용서와 화해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지나치게 넘쳐난다는 데 있다. 5·18의 책임자들은 형식상 재판에 넘겨졌으나 제대로 된 처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고, 그것은 국민 통합이라는 정치적 수사로 얼버무려졌으며, 어쩌면 그런 이유로 5·18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련의 흐름이 여전한 것이다.

대체 아무도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만 용서하고 화해하고 상생을 실천하자는 언설들이 넘쳐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맺힌 한은 풀려야 할 것이나 그 풀림의 방법이 용서라는 환상으로 깊은 분노를 우회해 가려는 것은 가해자의 후안무치만큼이나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5·18항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동의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만든 거짓 소문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믿게 만든다. 5·18에 대한 부정과 왜곡에 대응하는 관련 단체도 있고,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활동하는 위원회도 있으니 그건 알아서 제 몫을 감당할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는 5·18 40주년을 맞아 무엇을 기억하고 혹은 기념하자는 것일까를 숙고할 필요가 있겠다. 당연한 일이겠으나, 참혹한 죽임과 죽음의 역사를 기억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다양한 문화적 기억을 통해 고통과 공포의 기억이 성찰적 기억으로 전환되어야 그것의 반복을 제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그때 ‘모두가 하나 되어 싸웠던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각자 자신만을 위해 싸우고’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았는지도 돌아보았으면 한다. 

소설가 정찬은 일찍이 그의 5·18 소설에서 “현실은 꿈을 이길 수 없다"라고 했으나, 그리고 누군가의 몫을 빼앗고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자본의 논리에 포획된 삶이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적 삶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한 번은 총을 들고 싸워본 역사적 경험-기억을 갖고 있는 국민들 아닌가. 한때는 그것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으니.

심영의 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 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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