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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대미 의존성 실증적 분석 눈길
학문의 대미 의존성 실증적 분석 눈길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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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단협, '우리학문 속의 미국' 심포지엄 개최

"미국의 후원 아래 정립된 우리 교육학은 주체성 없는 무의미한 추상성으로 가득차 있다"(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학문의 자생성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학계는 성과 없이 반성만 해 왔다"(이세영 한신대 교수), "학문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 탈미국 제도 기반 마련에 나설 때다"(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지난 21일 학술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조희연 교수)가 '우리학문 속의 미국: 미국적 학문 패러다임 이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주제로 개최한 연합심포지엄에서는 학계의 실천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전에서 반미로 이어진 사회적 흐름이 학계의 '탈미국'으로 이어져 주목을 끌고 있다. <관련 기사 7면>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사회학, 여성학, 교육학, 철학, 영화학 등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각 분과 학문의 대미 종속성과 편향성의 형성과정과 현재의 구조화된 상태를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실증적 자료조사를 통한 종속성 지표를 제시할 때 참석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용일 교수의 '한국교육학의 지배세력과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주류' 교육학 연구자들이 미국의 원조를 통해 형성해 온 교육학의 토대를 점검했다. "교육학계는 독자적으로 학문 후속세대를 형성할 능력도 없고, 필요도 못 느낀다"라는 것의 김 교수의 현실 진단이다.

논문들은 공통적으로 학계에 책임을 통감하라고 촉구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학)는 '한국정치학의 미국 편향성과 한국정치'를 통해 "한국정치학이 미국정치학에 종속된 것은 우리의 학문체계가 일제와 미군정기를 거치면서 이전의 전통을 상실한 데다, 독자적인 학문 체계 수립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라고 원인분석을 했다. 그 동안 학문의 식민지성 탈피와 자생성 구축은 끊임없이 토론의 대상이었으나, 이렇다할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것에는 학계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주체적 학자 양성의 필요성과 방안'을 주제로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비정규직 교수를 의한 기금 마련 △국가 장학금 제도 도입 △국내박사 할당제의 의무화 △학술활동에서의 우리말 사용 등의 대안이 모색됐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대안을 모색하기에는 토론 시간이 너무 짧았고, 실천 방안 모색이라는 측면에서는 미진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조희연 교수는 "학단협 차원에서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캠페인을 벌여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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