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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미-중 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한광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刊)
주간리뷰 : 『미-중 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한광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刊)
  • 강준영 한국외대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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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연결고리 제시 못해

강준영 / 한국외대·정치경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운명은 불행하게도 과거 1백여 년간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 속에서 수난과 고통을 감내한 아픈 역사였다. 근대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고난을 겪었으며 현대에 들어서도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피동적 운명의 자조 속에서 자주를 되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며 이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과정이 정치, 경제, 외교 안보적으로 한-미-일 동맹구조 속에서 이뤄져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위협하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출현하고 있다. 냉전체제의 붕괴로 미국은 사실상의 유일 초강대국이 됐고 중국은 경제력 제고에 따른 국력 신장을 바탕으로 미국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 파트너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이제 미국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전에 수십 년에 걸친 미국과의 관계를 반추해보면서 우리가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국가이며, 현대화를 위해 사회주의와 시장 경제를 접목해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강대국의 위상을 지닌 복합적 이미지의 국가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뚫고 21세기 강대국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중국의 최종 국가목표는 어쩌면 미국 같은 초강대국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없다. 이것이 '동북아 경제중심'을 내건 한국을 바라보는 일부 외부 지식인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정부의 머릿속에 담긴 인상이라면 속단일까."-본문 30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중-미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다. 이는 쌍방의 이익에 갈등보다는 협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본질적으로 견제와 경쟁의 관계이다. 이러한 양국을 주변 강대국으로 두고 있는 우리는 또 한번 이들의 자의적 재단에 의한 고통을 전수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은 매우 의미 있는 논점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의 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제기는 상당히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그러나 책의 제목과는 걸맞지 않게 너무 중국 경제의 이해에 편중돼 있고 미-중 관계의 변화가 한반도의 미래에 가져올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없음이 아쉽다.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경제분야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한-미 동맹과 중-미 갈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보딜레마, 한국의 대미·대중 정책의 '전략적 차등화' 문제, 그리고 중국의 미래 및 대 한반도 역할이 불확실한 현 상황에서 한국의 대 중국 전략·정책의 논리 정립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개진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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