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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학과 경제학자
한국의 경제학과 경제학자
  • 이혜인
  • 승인 2020.05.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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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상의 이해와 한국의 경제학 연구를 위한 성찰

 저자 홍훈 | 도서출판 해남 | 712쪽

 

 

이 책은 경제사상에 관한 글과 한국의 경제학 연구 및 교육 문제에 관한 글로 나누어졌다. 경제사상 연구라는 제목으로 집약될 수 있는 제1부 논문들은 ‘마르크스’가 핵심이다. 이를 키워드 삼아 서양 사상, 경제학 방법론, 텍스트 분석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르크스의 비판 방법에 대한 연구”는 마르크스가 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들을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 그 방법이 스미스, 리카도와는 어떻게 차별화되고, 어떤 의미에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이를 통해 마르크스가 어떤 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학 방법론을 구현한 경제학자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마르크스를 포함한 서양 사상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우리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양 사상에 대한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대가들의 주장 못지않게 그 주장을 이끌어 내는 과정, 곧 연구방법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마르크스 이외의 다양한 경제학자들이나 사상가들의 이론에도 열린 자세로 접근할 토대가 되었으며, 멩거와 오스트리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베버 등 여러 학자군으로 확장되었다.
  아직까지도 서양의 경제학을 제대로 이식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비판적이면서도 역사적으로 파악해야 하고 보다 넓고 깊은 이해가 불가피하며, 적어도 고전 연구가 아직도 척박한 상태에서 이 분야에 공헌한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2부는 ‘우리’를 키워드 삼아 한국의 경제학계, 서양 경제학의 한국적 수용, 한국의 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2부 첫 글 “경제학설사”는 해방 이후 현재까지 한국의 학계 혹은 한국인 학자가 이루어 낸 경제사상사·학설사 분야의 연구들을 평가하였다. 양적 측면에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문의 자생력이나 토착화 측면에서 한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사상사·학설사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주체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사상·관념을 명시적으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역사학·철학·심리학 등 인문과학과의 연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진단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변화와 한국학계의 수용”에서는 1960년부터 2006년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어떠한 이론적 변화가 일어났고, 그러한 변화가 우리나라의 경제학계에서는 얼마나 수용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선호나 기술 등 외생변수들을 내생화하고, 여타 학문의 대상을 자신의 영역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인간의 합리성과 이에 근거한 기대효용이론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방향으로의 이론적 혁신이 진행 중이다. 특히,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위에 있어 무의식적인 과정과 감성을 강조하고,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준거점이나 문맥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학계는 이념적 경직성, 현실로부터의 괴리, 문제의식의 결핍, 비판능력의 결여 등으로 인해 이런 발전 양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한국의 교육 문제”, 특히 한국에서 학벌·학력 문제가 가지는 심각성을 지적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학력과 학벌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상품 일반과 시장과 대비시켜 그 차이를 분석하였다. 압축적인 경제성장, 압축적인 민주주의, 그리고 압축적인 교육은 우리에게 견고한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데 장애를 나았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발생한 한국인의 인식이 지닌 한계가 이 책의 또 다른 고민이었다. 끝으로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가 경제에 드러내는 특징들이 이 책의 글들에 스며 있다.
  이 책은 이런 경제학과 한국의 경제학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지구적인 재앙들에 직면한 상황에서 오로지 시장경제에 집착하거나 외국 학술지에만 매달리지 말고 비록 엉성하더라도 더 넓게, 더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 시대의 경제학과 경제학 연구에 의미 있는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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