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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폭력 _ 편견사회에서 장애인권 바로보기
시선의 폭력 _ 편견사회에서 장애인권 바로보기
  • 이혜인
  • 승인 2020.05.0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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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있는 그대로’의 시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존엄의 시선’

저자 시몬느 소스, 옮긴이 김현아 | 한울림스페셜 l 160쪽
 

■ 정신분석학자의 눈에 비친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민낯
이 책은 장애아 탄생의 현장인 병원을 시작으로 의료진은 물론 장애 관련 종사자와 장애 가족,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깊이 뿌리내린 장애에 대한 부조리한 의식흐름을 정신분석학 기반 위에서 서술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자로 20여 년 동안 장애아와 그 가족들 곁에서 그들을 지원해온 저자 시몬느 소스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를 향해 장애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대면하도록 이끌며, 장애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도록 재촉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회의 장애에 대한 편견의 뿌리를 분석하고, 편견에 맞서 장애 인권을 주장한다.

남을 죽이는 시선이 있다. 남을 가두는 말이 있다. 무관심을 드러내는 사회적 행동이 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도시를 정비하지 않는 것,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 장애아들을 위한 돌봄시설보다 장애예방과 장애인들의 불임수술에 재정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모두 무관심을 드러내는 사회적 행동이다.
선의를 가장한 미움도 있다. 장애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가두고 수동적인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동조하는 사회다. 정신적 차원에서는 주체의 지위를 빼앗고, 정치적 차원에서는 권리를 요구할 방법을 빼앗아버린다. 장애인은 단지 소극적인 희생양, 동정의 대상, 인지하고 행동하는 모든 수단을 빼앗긴 존재가 된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불행한 운명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지 못해 자신이 살아온 날들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게 된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있는 그대로’의 시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존엄의 시선’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책 

저자는 모든 인간은 다르면서 닮아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장애에 대한 ‘다름’의 시선을 ‘닮음’의 시선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은 장애를 바라보며 자신의 온전함에 안심하고 상호연계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닮음’의 시선보다 ‘다름’의 시선을 선택하고, 결국 이러한 시선이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시키거나 소외시키는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한다. 아직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저자의 통찰이 매우 반갑다.
《시선의 폭력》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있는 그대로’의 시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존엄의 시선’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책이다.  
_조문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센터장)

>> 본문 엿보기

시선의 폭력 (본문 54~55쪽)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위니콧Winnicott은 인격을 형성할 때 어머니의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니콧은 어머니의 표정이 아이에게 거울보다 먼저 거울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논문 <가족과 어머니의 거울역할>에서 위니콧은 “어머니의 얼굴을 향해 눈길을 돌렸을 때 아이는 무엇을 볼까? 보통 아이가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다시 말하면 어머니는 아이를 바라보고, 어머니의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어머니가 본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아이는 어머니의 눈이라는 아주 특별한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감정도 본다. 자신을 바라보면서 어머니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신이 어머니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아들은 어떨까? 당황스러워하고, 우울하고, 자신을 피하는듯한 어머니의 눈빛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시선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험은 실제로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장애인들이 시선 때문에 받은 상처를 이야기한다. 자신을 탐색하듯 살피거나 외면하는 시선은 견디기 힘들다. 신체장애가 있는 사춘기 소녀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인터넷을 하면서 주말을 보내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는척해요. 하지만 나는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걸 보죠. 가끔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어요.” 너무 빤히 쳐다보는 시선은 저질스러운 호기심을 내보인다. 눈길을 주지 않는 행동은 거부를 의미한다. 시선이 소녀의 모든 것을 압도하고, 소녀는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게 되면서 크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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