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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는?
마스크에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는?
  • 교수신문
  • 승인 2020.04.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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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격리'만 외치지 말고
'자가 도덕'도 깊게 생각해야
동감을 넘어 '재려나 조치'해야

염병이 돌고 줄곧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것이 있었다. 아니,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현재진행형으로 말하는 것이 옳겠다. 그것은 앞으로도 고민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형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이미 그것을 말하는 외국인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학문이란 이런 것이다. 살아있는 것을 이론화시키고 정식화시키는 것이다. 명제화시킨다 해도 좋다. 학문적 문젯거리로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명제(命題: proposition)가 무엇인가? 옳고 그름을 나누어볼 수 있는 문장(sentence)이 아닌가. 

마스크 하나 갖고도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이기적인 행위인지 이타적인 행위인지를 물을 수 있다. 대다수가 감염되는 상황에서는 이기적이지 않고 이타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공리주의, 정확히는 효율주의적 윤리가 마스크라는 사물에 적용된다. 

그러나 의료인들조차 마스크가 부족하다면 우리에게 배분된 마스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마스크를 주지 않더라도 의료인들에게 주어야 하는지, 의료인들에게 마스크를 주기 위해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는 도덕적인지, 그것도 공리주의적으로 옳은 행위인지를 물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은 전염병 유행 상황에서 공적인 업무를 집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군을 거론한 것일 뿐 관련 직업군인 방역당국, 경찰, 소방관, 군인 등을 고찰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이 바로 코로나윤리학으로 대변되는 ‘신종윤리학’이다. ‘감염윤리학’이라는 말이 좋겠다. 이를테면 작게는 에이즈에 걸린 사람의 사랑(성생활), 사회활동(접촉), 직업(윤리) 등을 따져보는 것이고, 크게는 전염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행위규칙을 물어보는 것이다. 마치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들어가는 것이 예절이듯이, 전염성 질환에 노출된 사람의 자기윤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자가 격리’만 목소리 높여 외치지 말고, ‘자가 도덕’도 깊고 넓게 생각해야 할 때다.  

거기에 꼭 더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타인이다. 윤리란 필수적으로 타인과 관련된 행위나 고려의 원리인데,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직업군이 좋은지 나쁜지를 묻고, 그들에 대한 배려나 조치가 있는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에게 배급되는 마스크를 보며 왜 그들에게만 마스크를 많이 주냐고 따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코로나 상황에도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다. 묻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윤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은 윤리적 동물이다’라는 정의 아래라면 사람이 아니다. 내가 윤리라고 할 때 기존 가치나 관행에 충실한 도덕적 인간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을 넘어 동감하고 있는지, 동감을 넘어 ‘배려나 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를 하는 로버트 라이시 교수(UC Berkely)는 미국에 4계급이 출현했다고 진단한다.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부 장관도 지낸 그는 엊그제(4.26.)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The Remotes)으로 노동자의 35%에 해당되는 노트북 노동자다.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 일을 해내는 사람’(The Essentials)이다. 30%로 의료인, 운전기사, 공무원(경찰 등)으로 감염 위험이 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The Unpaid)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마지막 계급은 ‘잊힌 사람’(The Forgotten)이다. 격리되어있는 사람들이다.(경향신문, 2020.4.27.) 

교수는 제1계급에 속하지만 3, 4계급을 걱정하는 사람들 같다. 특히 4계급은 아감벤이 말하듯 법의 효력이 정지된 예외상태이지만 주권이 성립되는 호모 사케르다.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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