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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문화칼럼]사막의 우물을 함께 지킨 시간
[김희철의 문화칼럼]사막의 우물을 함께 지킨 시간
  • 교수신문
  • 승인 2020.05.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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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파티51'(2013) 리뷰
서울 마포구 홍익로 5길에 위치한 음식점, 두리반

며칠 전 볼일이 있어 홍대 근처에 갔다. 독립 다큐 작업을 해온 정용택 감독님이 ‘두리반’이라는 칼국수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한쪽 테이블에서 젊은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힙한 옷차림을 보아 인디 음악을 하는 친구들처럼 보였다. 두리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는 정 감독이 연출한 <파티51>(2013)의 주인공이다.(다큐멘터리의 인물을 가르켜 ‘사회적 배우’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 작품에는 두리반 사장 안종녀, 소설가 남편 유채림 부부뿐만 아니라 많은 인디 음악인들이 출연한다. 

한받,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하헌진, 박다함... 등 홍대 앞에서 인디 음악을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은 철거농성장. 빌리고 대출해서 마련한 돈으로 이 건물에서 수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던 두리반 부부는 한국토지신탁과 건설사가 보낸 철거용역들에 맞서 2009년 크리스마스부터 2011년 6월까지 531일 동안 철거를 반대하는 농성을 했다.

두리반 철거 반대 농성에 뜻을 함께하고자 음악인들은 이곳에서 토요일마다 공연을 한다. 급기야 2010년 5월 1일, 노동절에는 51개의 밴드가 모여 제1회 <뉴타운컬쳐파티51+>라는 축제를 벌이기로 한다. 공연은 대성공! 수많은 젊은이들이 파티에 참가하면서 철거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나중에는 외국의 밴드들도 찾아와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한국작가회의나 인권단체 활동가들도 한목소리로 나서 철거의 폭력성에 문제 제기한다.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2011년 7월, 결국 두리반이 있던 건물은 철거되고 만다.

철거되고 있는 두리반 건물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음악인 ‘한받’, <파티51> 정용택 감독

이 작품에는 가난하고 젊은 음악인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생활하는지 적나라하게 나온다. 뮤지션 한받의 소망은 소박하다. “음악을 하면서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요.” 카드빚을 해결하지 못한 어떤 이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겨우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풍경들은 대부분의 독립영화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정용택 감독의 카메라가 그들의 삶에 그토록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동질감과 연민, 그리고 연대의식이 작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두리반’ 건물, 이 자리엔 거대 재벌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고 있다. <파티51> 정용택 감독

재개발, 철거민, 농성, 연대... 영화 속의 등장하는 단어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이 시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는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재벌 기업의 해고자가 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900일 넘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가 작년에 이어 다시 고공 단식에 들어갔다. 상업적 개발에 반대하며 많은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점령했던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에는 이제 대규모 공사를 위한 가림판이 분단의 베를린 장벽처럼 설치되었다.

김희철 서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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