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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서관만도 못한 대학도서관
지역도서관만도 못한 대학도서관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3.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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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세대에 다니는 정 아무개 씨(27세)는 학교 도서관을 생각하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지난 학기 내내 코앞에 있는 학교 도서관을 두고, 인근 지역도서관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휴학을 했던 정 씨는 애초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려고 계획했다. 집과 가깝고, 무엇보다 휴학생도 도서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씨는 자리를 옮겼다. 휴학생이 도서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한 학기동안 ‘도서대출보증금’ 5만원을 예치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는 마치 ‘잠재적 도둑’으로 취급하는 학교 측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 보증금이 필요없는 마포평생학습관으로 갔다.

휴학생에게 도서 대출을 실시하는, 진일보한 정책을 펴는 대학은 비단 연세대 뿐만은 아니다. 현재 이화여대, 인하대 등도 동일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재학생이든 휴학생이든 도서연체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유독 휴학생에게 보증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사실 복학할 때 반드시 도서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책을 반납하지 않는다거나 무작정 연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욱 씁쓸한 점은 지역도서관만도 못한 대학 측의 발상이다. 마포평생학습관만해도 원칙적으로 서울시민이면 누구든지 도서를 대출해 준다. 심지어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재직증명서를 제출하고 대출증을 만들면 책을 빌려준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도 아닌 해당 학교 학생을 상대하는 대학 도서관이, 돈을 담보로 도서 대출을 해준다니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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