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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인프라
질서 인프라
  • 조진수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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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대학교수가 주차장 선도 볼 줄 몰라 남들은 차를 전혀 세우지 않는 주차 금지 구역에 항상 자기차를 세우고 혼자만 편하게 이용한다. 대학생들이 한글도 읽을 줄 몰라 '금연건물, 절대금연'이라는 안내문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곤 꽁초를 복도에 짓 이겨 버린다.

아무리 대한민국 공기가 나쁘다 그래도 너나 할 것 없이 어디든 침을 뱉어 버린다. 새로 개통한 지하철역이나 공항 바닥은 씹다 버린 껌으로 금새 군 더더기가 되고 청소부 아줌마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시커멓게 달라붙은 끈끈이를 떼어 내기에 힘이 든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튕겨져 나온 담배꽁초는 요즘 같은 건조기엔 산불을 내서 나라살림에 큰 피해를 입힌다. 도시 전체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숱한 돈을 들여 건설한 하수구에 모여서는 여름마다 큰비에 빗물을 역류시켜 엄청난 재해를 부른다.

차량 통행이 불편하단 민원에 못 이겨 수억 들여 확장해 놓은 이면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버려 통행이 더 힘들어 진다. 시내 주요도로의 도로 양 옆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차를 엉키게 하고 교통 지체를 유발 한다. 한마디로 동맥 경화 현상이다.
휴대전화 예절, 공공장소에서의 아이들 무질서, 이웃을 무시하는 애완견 소음문제, 종교를 빙자한 고성방가, 보행을 가로막는 노점상 방치, 등등. 우리는 반복해서 늘 겪으면서도 우리 스스로 해결 못하고 있다. 우리 안에서 먹고 배설하고 뭉게고 누워 있는 돼지와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냐는 어떤 외국인의 비아냥을 그냥 넘겨 버릴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의 썩은 정치판도, 허약한 경제 체질도, 아직도 후진국 소리를 듣는 가장 큰 원인도 바로 우리들의 정신세계가 그만큼 무질서하기 때문이다. 호되게 겪은 IMF도 결국 국가적 무질서가 빚어낸 결과다. 무질서로 인해 소각되는 엄청난 돈은 액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가 참된 민주국가, 경제적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백하다.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 같은 국제적 행사가 있을 때만 집중적인 캠페인을 벌이거나  단속을 강화하고 벌금으로 해결 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사회질서, 법질서, 정치질서를 바로 잡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된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한 부분은 교육 제도든 경제, 법률 제도든 우리의 실정에 맞게 고치고 예산을 과감히 투자해야 된다. 즉 질서 인프라 구축을 우리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된다.

선진 경제대국을 이루기 위한 기술력과 생산성은 잘 정립된 의식과 생활 속에서만 향상 될 수 있다. 기초질서 확립이 국가 최대의 난제란 인식을 하고 재임 기간 중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인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질서의식 만큼은 수준에 오를 수 있는 확실한 제도와 장치를 만들고 투자를 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그분이야 말로 진정 우리나라가 강한 국가적 경쟁력으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조진수 편집기획위원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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