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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와 자유
토지와 자유
  • 교수신문
  • 승인 2020.05.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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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와 자유 / 황보영조
토지와 자유 / 황보영조

 

황보영조 지음 | 삼천리 | 504쪽

이 책은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에스파냐 아나키즘 사상과 운동, 실천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국내 보기 드문 책이다. 에스파냐 현대사 연구자인 경북대 황보영조 교수가 당시에 간행된 신문과 잡지를 비롯한 정기간행물과 공식 기록문서, 팸플릿,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1차자료와 그동안 축적된 단행본, 논문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특히 20세기에 활약한 개별 아나키스트들의 사상과 활동, 인간적 측면까지 회고록과 편지, 일기를 통해 생생하고 상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운동의 노선과 전략을 둘러싼 대립과 분열, 합법주의의 비합법주의, 대중 파업과 테러활동, 내전 참여와 지역의 농업집단 운영에 이르기까지 에스파냐 아나키즘의 빛과 그늘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에스파냐 아나키스트들은 8시간 노동제, 어린이와 여성 노동 보호, 도급제 노동 금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평등 사회를 앞당기는 기초를 다지고자 했다. 내전 중에도 노동자평의회을 통한 자주관리, 농업집단 운영을 통해 평등한 공동체 실험을 펼쳤다. 전선에 투입된 민병대의 세계를 묘사하는 대목은 위계와 규율을 생명으로 하는 군사 조직에서도 자신들이 주창해 온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내전이 종결되면서 시작된 프랑코 독재 하에서는 또 다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기록에 따르면, 에스파냐 내전 직후에서부터 1949년까지 프랑코 정권에 의해 총살당한 자들이 72,52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희생자들의 상당수가 아나키스트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910년에 창설되어 노동운동을 이끌어 온 전국노동연합이 입은 타격이 상당했고, 프랑코 정권으로 탄압으로 1950년대에는 전노련이 사실상 해체되기에 이른다. 내전 직후에는 물론이고 프랑코 독재 내내 지속된 전노련 내부의 대립과 투쟁은 반프랑코 단체들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하고 거칠게 진행되었다. 국내와 망명지의 대립이 특히 그러했고 망명지의 정통파와 개혁파의 대립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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