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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KAIST 교수] 치매 환자의 뇌 인지 능력 회복 가능해진다
[이승희 KAIST 교수] 치매 환자의 뇌 인지 능력 회복 가능해진다
  • 장성환
  • 승인 2020.04.2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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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교수의 방 12]

생쥐에 소마토스타틴 직접 주입하니
시각정보 인지 능력 현저히 증가
뇌 질환자 치료제 개발 촉매 역할 기대
이승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치매와 같은 뇌 질환자의 두뇌 인지 능력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

KAIST 생명과학과 이승희 교수 연구팀은 두뇌에 존재하는 신경 펩타이드 중 하나인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이 두뇌 인지 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교수 연구팀은 특정 가바(뇌세포 대사 기능에 억제 신경 안정 작용을 하는 신경 전달 억제 물질) 분비 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 중 하나인 소마토스타틴이 시각 피질의 정보 처리 과정을 조절하고 높일 수 있음을 규명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는 기억력 손실, 인지 기능 및 운동기능 저하 등 일상생활 장애를 유발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마땅한 치료방법은 없는 상태다. 이에 이번 연구 성과가 치매 등 뇌 질환자의 인지 능력 회복을 위한 치료제 개발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 연구팀은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 질환 환자의 뇌척수액을 분석한 결과 소마토스타틴의 발현율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해 소마토스타틴에 의한 인지 능력 회복 가능성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소마토스타틴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 존재한다. 특히 정상적인 포유류의 대뇌 피질에서 소마토스타틴을 발현하는 신경 세포인 가바(GABA, γ-aminobutyric acid)를 신경전달물질로 분비해 흥분성 신경 세포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정보 처리 정도를 조율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가바의 효과에만 국한돼 있어 이와 동시에 분비될 수 있는 신경 펩타이드인 소마토스타틴의 고유한 효과와 관련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실험용 생쥐에서 시각 정보 인지 및 식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 장비를 개발해 도입했다. 이를 통해 생쥐의 시각피질 또는 뇌척수액에 소마토스타틴을 직접 주입한 후, 이를 관찰해 생쥐의 시각 정보 인지 능력이 현저히 증가함을 발견했다.

더불어 소마토스타틴의 처리에 따른 생체 내 또는 뇌 절편에서의 신경 세포 간 신경전달 효율의 변화를 측정하고, 해당 신경망을 연속 볼록면 주사전자현미경(SBEM)으로 관찰해 소마토스타틴에 의한 시각인지 기능의 향상이 이뤄지는 생체 내 신경 생리적 원리를 규명했다.

소마토스타틴은 생체 내 독성이 없어 두뇌 및 뇌척수액에 안전한 주입이 가능하다. 또한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인간 두뇌에서도 발현되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인지 기능 조절 약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두뇌 인지 기능이 손상된 알츠하이머 환자의 대뇌 피질 조직과 뇌척수액에서 소마토스타틴의 양이 현저히 감소된 사실이 연구된 바 있으므로 이 환자군 두뇌에 직접 소마토스타틴 또는 유사한 기능을 보이는 신경 펩타이드를 합성 및 주입해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활성 유도를 통한 인지 기능 회복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소마토스타틴 및 코르티스타틴과 같이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신경 펩타이드를 두뇌나 뇌척수액에 주입해 치매 환자나 다른 뇌질환 환자의 인지 기능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향후 소마토스타틴과 유사 기능 및 구조를 보이는 인공 펩타이드 합성체를 개발해 인지 기능 장애를 보이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의 손상된 인지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약물 개발에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시각피질 관련 연구만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더 넓은 범위인 대뇌피질 영역에서 여러 연구를 해보고 싶다”며 “더불어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치매 치료제 등의 약물이 개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에 선정돼 수행됐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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