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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개로 사람의 향기를 전하는 화가 전지연
얼개로 사람의 향기를 전하는 화가 전지연
  • 장혜승
  • 승인 2020.04.2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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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연 작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되 느낄 새도 없이 저물어가는 봄을 모두가 아쉬워하는 시절이다.

'더불어 향기를 느끼다'라는 뜻의 '여은(與誾)'이라는 아호처럼 알록달록한 색채의 ‘얼개’로 모든 사람이 가진 재능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작가 전지연을 무채색 봄의 끝자락인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 작가는 4월 17일부터 5월 30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남송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연다.

-노란색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기보다는 색이 지닌 의미와 그 다양성 자체를 좋아해요. 체내에 필요한 영양소를 나도 모르게 섭취하게 되듯이, 당시에 선택한 색채들도 저에게 필요했던 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노란색은 치유의 색을 의미합니다. 색채 심리학에 의하면 노란색은 자신감, 낙천적인 태도와 지적 능력을 상징하며 근육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또한 기능을 자극하며 상처를 회복하는 노란색은 질투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밝음과 행복감 창의력을 상징하는 긍정적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최근 3-4년 동안 노란색 작품이 많았던 것은 저에게도 타인에게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색은 화가의 경우 1000종류라고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색을 예민하게 비교하는 식별능력을 기초로 분간할 수 있는 색의 수를 계산하면 750만이라는 방대한 수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지연 작가의 'Flowing-2003(1)'. 이미지제공=전지연 작가​
​◇전지연 작가의 'Flowing-2003(1)'. 이미지제공=전지연 작가​

-10년 이상 ‘얼개’를 소재로 작업하고 계신데 많은 소재들 중 '얼개'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얼개는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물입니다.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작업하면서 사용하던 형태인데 그 형태 안에서 인간의 강인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첫 관심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고 결국 타인의 관계로까지 변화되고 확장된다고 봅니다. 얼개는 유기체이고 인간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얼개를 만나면서 과거와 달리 색과 면 분할이 과감해졌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개를 만나기 전과 후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얼개는 유기체이며 사랑의 대상입니다. 사랑의 대상으로 규정짓는 이유는 신앙과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자인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며 이를 이성과 감성으로 깨달았을 때 안정감과 자존감이 생겼고 제 인생과 작품 모두를 변화시켰습니다. 나를 사랑할 때 타인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러한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변화는 긍정적 에너지와 삶에 대한 소중함과 기쁨이 생기도록 만들었고 이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전지연 작가의 'Flowing-2003(2)'. 이미지제공=전지연 작가​
​전지연 작가의 'Flowing-2003(2)'. 이미지제공=전지연 작가​

-얼개의 형태들이 알록달록한 것은 창조주가 각 사람에게 준 달란트를 의미한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달란트는 무엇인가요.

”저는 작품으로 치유와 화해를 전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귀한 달란트가 있는데 그걸 발견을 못할 때도 있고 그게 귀한 줄 모르고 남의 것을 탐하다 망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자기 안의 소중한 재능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저의 능력이 선순환 되어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거나 어려운 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지요. 그래서 제 작품명이 '플로잉(Flowing)'입니다."

-가족과 일상의 관계에서부터 자연, 나아가 절대자, 그리고 나와의 내적 관계까지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자 노력하고 계신데 '관계'에 집중해오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타인과 공존해야 하고 상생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는 자연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파괴로 인해 생겨나는 현상인데 역으로 사람들과의 지나친 거리 두기는 심각한 우울증을 낳기도 합니다. 결국 관계라는 것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서 오는 파열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제공=전지연 작가
전지연 작가의 'Flowing-2004(2)'. 이미지제공=전지연 작가

-지난해 제 13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오늘의 작가상> 수상소감에서 ”여성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소소한 것부터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작가로 엄마로 장녀로 큰며느리로 그 외에 많은 역할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부분에서 감당해야 하며 작업은 우선순위에서 자주 밀리기도 했지요. 즉, 캔버스 앞에 앉기 전까지 주어진 의무들을 끝내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작업에만 몰입할 수 없었던 환경들이 작업에 대한 욕구와 열정으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기다리고 작업하다 보면 선물같은 일들이 생긴다"고도 하셨지요?

”저에게 있어 선물은 좌절할 때 격려가 되는 가족들, 지치고 힘들고 포기 하고 싶을 때 기적같이 찾아오는 관계의 만남, 전시의 기회들, 그리고 꾸준히 제 작품을 사랑해 주는 수집가들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후배 작가들에게 묵묵히 버티고 마음에 소망을 품으면 언젠가는 현실이 되고 길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저도 예술가로서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절망스러운 일이 생겨도 그 길을 담담하게 지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겼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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