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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만큼 예리한 눈, '인식'으로 읽는 헨리 제임스
무서울 만큼 예리한 눈, '인식'으로 읽는 헨리 제임스
  • 이혜인
  • 승인 2020.04.28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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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만큼 예리한 눈ㅡ헨리 제임스 소설에서의 인식 | 저자 나희경 | 도서출판 동인 | 304쪽

문학적 독서를 독자와 등장인물, 나아가 작가와의 내밀한 친교라고 이해할 수 있다면, 헨리 제임스는 소설 읽기를 통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친교를 맺을 수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제임스는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미세한 변화를 탐색하는 데 집중한 작가이다. 그는 시각적 지각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그것이 다시 지적 성찰의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한 개인의 의식을 형성하는가에 일관되게 주목했다. 제임스의 주인공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정신적 능력은 예민한 감수성과 탁월한 인식 능력, 그리고 엄격한 자기정직성이다.
이 책의 제목인 “무서울 만큼 예리한 눈”은 제임스의 작품 "대사들"에서 스트레더가 가진 인식 능력에 대해 고스트리가 일컬은 말이다. 저자는 제임스의 작품을 관통하는 ‘인식’이라는 화두로 그와 그의 대표작을 깊이 있게 읽어냈다.

1장 ' 지각과 인식, 글쓰기 '에서는 제임스의 묘사 기법을 자연주의 소설 이론에 관한 그의 관심에 비추어서 해명한다. 제임스는 예리한 시각적 관찰과 그에 따르는 지각, 그리고 그것이 다시 인상이나 인식으로 연결되는 경험의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 ?직업의식의 이중성?은 제임스가 19세기 중엽 미국이나 영국에서 문학적 저술업이 전문 직업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었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저술업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이 미묘한 대립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3장 ?사회의식의 혼란?에서는 제임스가 당시 정치적 이념을 둘러싸고 빚어진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조명한다. 그는 자신의 사회소설에서 사회정치적 이념의 혼란을 이념 자체에 대한 논의로 다루지 않고, 그 이념이 개인의 의식에 일으키는 문화적?심리적 영향에 묘사의 초점을 맞춘다.
4장부터 8장까지는 제임스의 각 소설 작품에서 다뤄지는 사회의식이나 개인의식을 그것들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양상에 비추어서 비평적으로 해석한다. 제임스는 계급의식이나 문화적 지향, 정치적 이념, 성 역할, 가족제도와 같은 이슈를 사회정치적 담론으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개인의 의식에 일으키는 파문을 탐색한다. 그는 인물 개인의 인생관이나 자아성, 혹은 도덕관념과 같은 주제도 철저히 인식론적 차원에서 조명한다. 9장에서는 제임스가 우리의 지각과 인식의 범주를 극단까지 확장하여 그것을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환각이나 무의식적 경험으로 극화하는 양상을 살펴본다. 제임스의 소설 세계에서는 한 인물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사태가 그 인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나아가서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중력과 같은 힘으로 작용한다. 그는 그러한 정신작용을 자신의 소설작품에서 정당하고도 유력한 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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