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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연구교육의 신경향
의학연구교육의 신경향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1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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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관점에서 의료행위 이해 시도

요즘 의학계만큼 극심한 내부변화를 겪는 곳도 없다. 점진적으로 의대 학부를 없애고 의학전문대학원을 세워 4년제 졸업생들을 별도 시험을 통해 선발, 교육해 의료계 인력을 생산하겠다는 비전들이 제출되는 것을 볼 때 그렇다.

보완의학, 대체의학에 관한 활발한 담론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확산돼 현 의료시스템 너머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으며, 의사윤리에 대한 내부적 반성, 고발 등을 담은 단행본들도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출하돼왔다.

지난 2001년 의료계 대파업은 전 국민에게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인문사회의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통한 교육 패러다임의 모색은 이런 안팎의 변화들이 맞물려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인문사회의학이 제기되기 전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는 크게 두가지 차원에서 정초작업이 있었다. 하나는 근대적 의료 패러다임에 대한 철학적 반성과 대체의학에 대한 담론 전개가 첫 번째로 올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우택 연세대 교수, 송호근 서울대 교수 등 의료시스템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들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문화적 관점에서 의료행위를 보고자 하는 흐름들이 늘어났다.

현대의학이 만성퇴행성 질환에 무기력하고 오히려 병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 지적돼자 이에 대한 반작용은 대체의학 붐을 일으켰다. 대체의학은 음악치료, 에너지치료, 자기치료 등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 병을 치유한다"는 실용적 해석부터, 현대의학의 물질론적 세계관에 대한 반성, 동서의학의 차이에 대한 성찰, 삶 자체를 대체의 관리해나가는 것 등 적극적 해석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종찬 아주대 교수, 전세일 연세대 교수, 천병철 의사 등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학자들이 이에 관한 꾸준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교육 분야에선 1996년 ‘의과대학 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화두가 던져지면서 의사들의 인간적, 윤리적인 자질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또한 커리큘럼에서의 자연과학적 과목으로의 편중이 지적돼, “자연과학으로서의 의학과 함께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의 지식과 방법론을 활용하려 한다”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졌다.  

몇몇 대학을 이런 변화의 선도적 주자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대는 1994년 의사학교실이 만들어지면서 이종찬, 임기영 교수가 이를 주도해나갔다. 중간에 사회의학교육과로 개칭했다가 현재는 인문사회의학교실로 바꿔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지식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 수용하고 있다.

울산대와 연세대는 1996년 아예 ‘의학교육과’라는 학과를 설립해 이런 방향의 교육과정을 모색해오는 중이다. 울산대는 올해 이재담 교수 주도로 인문사회의학교실을 개설했으며, 연세대도 이무상 교수가 주축이 돼 ‘사회의학 교육과정 개발연구’나 ‘의과대학에서의 인문사회 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등의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서울대는 1998년 의학 교육실을 만들어 교육의 방법론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대학 교육과정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인문사회과학과의 연계교육 강화이며, 이는 통합형 지식인을 키우는 걸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가. 관련 교과목들로는 의학개론, 의사학, 의학철학, 의학과 예술, 의학과 문화, 의료선교, 의인류학, 대화술, 복지사회 이해, 사회봉사, 의료와 법학, 의료 정보학, 의료관리학, 인문사회과학, 의료윤리학, 의료와 사회 등이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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