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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국문학 연구 50년』(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편 | 혜안 刊 | 565쪽)
주간리뷰: 『국문학 연구 50년』(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편 | 혜안 刊 | 565쪽)
  • 문흥술 서울여대
  • 승인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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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연구특징 살피지 못해

이 책은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문학 분야를 한문학, 고소설, 고전시가, 구비문학, 문학비평, 현대소설, 현대시, 희곡으로 나눠 각 분야의 연구동향을 총체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해당분야의 연구 뿐 아니라 타 분야의 연구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때문에 국문학 연구를 확장,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적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의 실천적 문제의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즉 연구자가 자기가 살고 있는 당대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과거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오늘을 반성하고, 나아가 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추동력을 얻을 때, 사적 연구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자신의 문제의식에 기초해 의미망을 구축하고, 그 의미망 속에 집적물들을 투사시켜 유효한 것과 유효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유효한 것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과정 중 올바른 방향성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부여는 곧 시대구분을 이루게 되는데, 이에 따라 각 시대마다 연구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 특징과 관련해 어떤 연구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논의가 행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사적연구가 지녀야 할 항목을 결여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다. 먼저 시대구분에 있어 연구자의 문제의식에 기초해 의미 부여하는 시대구분 단위가 적용되지 않고, 흔히 사용되는 10년 단위와 학문 1세대, 2세대 식의 세대별 단위를 막연하게 적용함으로써 각 시기별 연구가 지니는 특수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연구는 각 시대에 제출된 모든 연구목록을 제시하고 여기에 약간의 해설을 붙이는 일종의 연대기적 기술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특정 시기에 있어 어떤 연구가 어떤 측면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가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다.

"새로운 세대 등장을 시기구분의 기준으로 삼았다. 학계 등장 시기, 공동의 조직, 관심사와 방법의 공통점 등을 고려해서 작업했다."-본문 39쪽에서

다음으로 10년 단위 내지 세대별 단위의 시대구분을 적용하면서도 각각의 글에서 그 기준이 다르게 설정돼 논의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물론 국문학 각 분야의 특성이나 연구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시대구분 단위가 차이 날 수 있지만, 적어도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질 경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일관된 단위가 적용돼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국문학 연구를 총망라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대구분을 적용해 국문학 연구사를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마지막으로, 아예 시대구분단위를 배제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해당분야의 연구에 있어 대표적으로, 흔히 언급되는 개별연구자의 업적에 대한 내용검토를 하는 논문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라면, 우선 왜 이 연구서가 왜 대표적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칫 연구사 검토가 아닌, 개별 연구물에 대한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서평에 머물 위험성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이 책은 앞으로 국문학 연구자들이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문흥술 / 서울여대·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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