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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동운동사-1848년 혁명부터 21세기까지
독일 노동운동사-1848년 혁명부터 21세기까지
  • 조재근
  • 승인 2020.04.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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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21세기 사회 속에서 과연 노동운동의 미래는 있는가
독일노동운동사 / 헬가 그레빙
독일노동운동사 / 헬가 그레빙

 

헬가 그레빙 지음 | 이진일 옮김  | 길  | 442쪽

고도로 기능이 분화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갈라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조직을 단일한 정치집단으로 조직하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노동조합적 사고와 노동운동은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점차 설득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 후반부터 이미 고전적 의미에서의 노동운동은 종말을 고했다는 역사적 분석이 대세를 이루어왔다. 1970년대 후반은 유럽에서 전후 급성장 붐이 제2차 석유파동으로 제동이 걸리고 테러리즘과 환경운동의 대두 등 진보에 대한 고전적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이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새로운 세대들이 사회 내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더불어 초기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그 어느 세계보다 강했던 유럽에서 사회민주당이 국민정당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이후이지만, 68운동을 계기로 서구에서는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생겨나면서 사회민주주의는 더 이상 노동자정당으로서의 설득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 부를 수 있는, 계급의식에 바탕을 둔 노동자계층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균질적이던 노동자 사회는 점차 다양한 계층으로 분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저자 헬가 그레빙(Helga Grebing, 1930~2017)은 21세기를 맞아 더 이상 ‘노동자계급’은 존재하지 않으며, “더도 덜도 없이 일반적 의미에서의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난 세기의 노동운동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이 있는가? 저자는 비록 현단계에서 전통적 노동운동은 끝이 났지만, 그럼에도 (독일의 경우처럼)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운동은 지속되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노동운동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열린 과정이라고 본다. 이제는 지난 시대의 다양했던 노동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화되고 디지털화되어가는 노동환경에 상응하는 새로운 문제 설정과 동기를 제시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다운 삶을 이루고자 하는 오래된 노동운동의 목표는 디지털화된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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