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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단-지방대 육성정책과 경제주의
교수논단-지방대 육성정책과 경제주의
  • 김용일 한국해양대
  • 승인 2003.1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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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학 ©
지난 10월 15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날 국무총리는 담화를 통해 "지방인적자원을 개발하는 지방대학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역특성에 적합한 산·학·연 협력 시스템의 활성화와 전문인력의 양성 등  지역혁신체계를 구축을 위해서도  지방대 육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생각은 교육부의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로 구체화되고 있다. 잠정적이긴 하나마 2004년에 2천2백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여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방송이나 지면을 장식하는 '지방대 육성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또 가설적인 논리가 많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역혁신체계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될 기관으로 지방대학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 목표라면, 지방대학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쯤 되는 셈이다. 지방대학 육성이 일종의 '독립변인'으로 설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말 그대로 지방대학과 국가균형발전이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의 관계에 있느냐는 점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교육과 연구 면에서  뛰어날 경우 지역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방대학과  해당 지역 발전간의 인과론적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달리 따져봐야 할 문제다. 지방대학에서 양성된 인재만 하더라도 전국적인  순환을 갖게 마련이고, 지역전략산업의 육성 또한 지방대학의  역량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름의 '정교한' 사회공학적 접근의 한 변수로서  지방대학 육성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지역기술혁신능력을 제고하여 벤처기업, 신 산업창출 및 기존산업을 개선하는 한편, 인재양성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지역발전을 꾀하고 궁극적으로 자립형 지방화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지방대학의 역할설정도 너무 편협하다. 더구나 전체적인 기조가 발전론적 차원의 경제주의에 기울어져 있다.

 

지방대학 문제를 교육적인 안목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자연 지방대학으로 상징되는 고등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지방대 육성정책이 우리 교육 전반의 문제  해결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거도 발견할 수 없다.  종전의 정책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너무 '멋진 그림'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그리 성공할 것 같지 않을 뿐더러 설령 성공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을 정점으로 극단적으로 서열화돼 있는 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대학간의 교육적 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여기에 학벌사회의 특성이 가세하면서 사교육비를 동원한 비교육적 경쟁이  만연해 있다.

교육은 뒷전이고 어떻게 해서라도 상위대학에  진학하려는 몸부림이 존재할 뿐 이다. 우리 초ㆍ중등교육을 옥죄고 있는 요인들이다.

 

이런 문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소산이 바로  지방대 육성정책이었다.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은 가.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방책을 강구하여 변화의 싹을  틔워야 한다. 지방에 세칭 '명문대'에 버금가는 대학  20여 개를 집중 육성하자. 그리하여 경쟁력도 높이고, 궁극적으로 대학평준화의 기틀을 마련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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