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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54)]온라인 수업의 어려움과 좋은 점
[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54)]온라인 수업의 어려움과 좋은 점
  • 교수신문
  • 승인 2020.04.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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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비대면 수업이라는 이상한 표현이 난무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하지 않는 수업을 그렇게 어렵게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에서 생겨난 말이다. 최대한 전염을 막고자 면대면 수업을 막아놓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서 그런 원격수업에 보건 용어인 비대면(非對面)을 집어넣어 수업의 한 방식으로 여기기로 했나 보다. 

용어에서 부정어가 들어가면 좋은 이념이 아니다. 이를테면 국시(國是)라 해놓고 ‘반공’(反共)을 적어놓는 것은 국불시(國不是), 곧 국비(國非) 또는 국반(國反)을 말하는 것이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언어적 용법상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국시는 ‘자유민주주의’라든가 하는 그런 긍정적 개념을 제시해야 국시의 시(是)와 맞아떨어진다. 아니면 아예 조문을 바꿔 ‘대한민국의 국불시’라고 하던지 말이다. 

마찬가지로 비대면 수업이란 정말 부정적인 표현이다. 아무리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좀 더 좋은 표현이 없었나 싶다. ‘얼굴을 맞대지 마라’는 우선적인 명령이 들어가는 바람에 그렇게 됐지만 그것은 앞으로 제시할 미래의 방향은 아니다. 수업 자체가 부정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정상수업이 아닌 비상 수업이라는 뜻도 거슬린다. 

사람은 얼굴을 봐야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맞다. 그래서 교육은 옛날식으로는 ‘무릎을 맞대고’ 하는 것이다. 고문(古文)으로는 아직도 이렇게 쓴다. 가르치다, 배우다라는 표현보다 훨씬 무난해서 좋다. 나는 선생, 너는 학생이라는 권위적인 구별이 없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좋은 점도 찾아보아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공통적으로 말하는 좋은 점이 없을까 해서 이리저리 물어보았다. 물론 나와 같이 토론식 수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적용되지 않을지라도 다들 이야기하는 좋은 점이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토론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젊은 학생들 말을 들어보아도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는 덜 쑥스럽고 편리해 토론에 참가하기 좋단다. 교수 입장에서도 일일이 의견을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학생을 좀 더 독려할 수 있다. 

토론이 끝나고도 기록이 남아 학생들이 복습할 수도 있다. 늦게 들어오거나 못 들어온 친구도 읽으면 과거가 일목요연하게 보일 수 있어 분위기 파악이 쉽다. 소통 도구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토론을 기록할 수 있는 수업은 과거에 없었다. 

흔히 온라인 수업이 쉬울 것 같지만 그것은 분명히 학생들의 오산이다. 대면 수업은 끝나면 그만이고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공책을 빌려야 놓친 부분을 알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온라인상 자료가 떠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경쟁적으로 몇 번이고 보아야 해서 중압감이 크다. 따라서 온라인 강의가 쉽다는 것은 일단 수업 참가 부담이 없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더 힘들 수 있다. 

온라인 수업 때문에 학생들이 등록금을 반환해달라는데, 만일 내가 그것의 문제를 지적한다면 파일 다운로드 횟수가 단 한 번인 경우에만 해당됨을 말하고 싶다. 세 번 정도 보면 본전은 나올 것 같다. 

글쎄, 이번 시국을 통해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과 좋은 점을 학생이나 교수가 많이 알았으면 한다. 이후에는 플립러닝이라 불리는 온라인 강의에 이은 오프라인에서의 토론 및 점검의 형태도 유행할 것 같다. 이런 기회를 통해 지나치게 과묵한 우리 학생들의 물꼬가 아닌 말꼬가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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