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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와 반값등록금, 같이 가야한다
기본소득제와 반값등록금, 같이 가야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04.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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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사태와 총선이 겹치면서 우연찮게도 기본소득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제는 국민 모두에게 구별 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여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보편적 복지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 이해되어온 제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개혁성향의 지자체 장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천명하였고, 실제로 이들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청년배당’이나 ‘청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일부 구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야당의 거부반응은 물론 시기상조임을 내세운 정부여당의 유보적인 태도 때문에 그 도입은 요원한 일처럼 보였고, 이 제도 시행을 위한 국민여론도 그다지 형성되지 못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 제도에 대한 찬성이 60프로를 넘기고 있다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는 자못 주목된다.

이같은 상황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국가적 재난에 기인한 바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체제로 전염병의 급격한 확산은 어느 정도 통제되었지만,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더욱 긴요해졌다. 국민들의 생계지원을 통한 경기회복을 그 목적으로 하는 재난기본소득제의 도입도 그 일환이다. 현재 국가 재난기본소득은 소득 하위 70프로의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나, 최근 보수야당의 입장 변화를 계기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 방식으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이것이 곧 국민 기본소득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재난 속에서 일정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가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이런 사태진전은 거의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반값등록금 요구가 빗발치던 18대 대선 당시에도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의 문제는 정치적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국가장학금제도는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지금까지도 시행되고 있는데, 소득분위별 차등 장학금 지급을 통한 선별복지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당시 대선에서 문재인 진영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교부금제도를 통해 대학의 등록금을 낮추는, 말하자면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의 실현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의 승리로 이 반값등록금 구상은 철폐되고 명목 등록금은 그대로 둔 채 계층에 따른 선별복지 방식의 지원으로 정착된다. 당시의 국민여론도 부유층까지 포함하는 보편복지 형태의 등록금 인하보다 선별복지를 선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대상자 선정에서의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사실상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반값등록금의 효과를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지원이 장학금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국가의 정책과제, 이를테면 사립대의 소유구조를 개선하고 공공성을 높여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만약 당시 문재인 진영의 공약처럼 명목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어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사립대학의 공공적 운영의 틀을 마련했다면, 세계 최고의 고액등록금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고질적인 사학문제도 크게 개선되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대학수업이 파행을 빚게 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록금의 일부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요구에 대해서는 대학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재의 국가장학금 제도를 폐지하고 고액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육은 보편교육이 된 지 오래이며, 따지고 보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은 이같은 교육수준의 반영이다. 대학등록금을 프랑스나 독일처럼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출 수 없다 하더라도 기본소득제와 같은 보편복지의 차원에서 사고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위한 재원은 현재의 국가장학금 예산을 활용하되 부족한 부분은 기본소득제의 경우처럼 세금제도를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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