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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로 풀어가는 ‘사랑’과 ‘미’의 진실, 조안 스파르의 '향연(饗宴)'
삽화로 풀어가는 ‘사랑’과 ‘미’의 진실, 조안 스파르의 '향연(饗宴)'
  • 교수신문
  • 승인 2020.04.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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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자가 소개할 책은 『향연(饗宴)』이라는 플라톤의 저서(Symposion)의 번역서(조안 스파르, 『플라톤 향연』, 이세진 역, 문학동네, 2006)입니다. 아니 엄격히 말해, 이 책은 플라톤 저서의 번역서라기보다는 교양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적 식견으로 무장한 해제서(解題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는 원작인 『향연』을 단순히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플라톤 텍스트의 여백에 19금(禁) 수준의 원색적이고 풍자적인 그림을 끼어 넣는 기발한 독법의 낙서를 곁들이며, 저자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적 사색의 유희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하겠습니다.

플라톤의 저서 중 『향연』은 어떤 대화록인가? 

35편의 플라톤 대화록은 거의 부제(副題)를 달고 있습니다. 『향연』 역시 「에로스(사랑)에 대하여」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제목과 부제목에서 주는 야릇한 인상 때문인지, 이 책은 플라톤 대화록 중 대중들에게 지금껏 가장 많이 읽히는 철학 서적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이것뿐이겠습니까! 서양 지성사에 있어서 2,500여 년 동안 수많은 철학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원천으로서, 그리고 플라톤 대화록 중에 가장 아름다운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플라톤 자신의 고유한 철학 사상이 철철 넘쳐흘러 그의 사유세계 진수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감각적인 것으로부터 예지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사랑(eros)과 아름다움(kallos)의 주제로 엮어 가고 있는 이 대화록의 백미는 단연 미의 이데아(tou kalou idea)를 감득하는(theoria) 부분(210a ~ 210d) 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플라톤은 ‘미’에로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 즉 ‘에로스’에 인도되어 미를 단계적으로 바라보며 마침내 ‘미 자체’를 흠모하는 인생에 대해 그 가치를 철학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향연』은 이 방면에서 최고의 고전(古典)이라고 칭송받고 있으며, 특히 미학의 분야에서는 미와 사랑에 대한 이와 같은 사색으로 인해 플라톤을 ‘형이상학적 미학의 원류’로 평가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철학책을 삽화로 풀어내다!

플라톤의 『향연』에 관한 연구서들은 무수히 많이 존재합니다. 그중 대부분의 연구서들은,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주석으로 달며, 플라톤 철학을 꼼꼼히 파헤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수준 높은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대열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2002년 조안 스파르가 펴낸 『향연』은 여러모로 기존의 『향연』에 관한 연구서와는 차이를 드러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조안 스파르의 『향연』은 플라톤 『향연』의 텍스트를 여백 삼아 원색적이고 풍자적인 그림을 끼어 넣는 기발한 독법과 낙서를 통해 ‘관념의 감옥에서 플라톤을 구출’하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책은 어렵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려는 듯, 어려운 내용에 저자 특유의 유쾌함으로 쉽게 접근하며 원(原) 저작에 예의를 갖추지 말 것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마치 플라톤 『향연』의 고전적 아우라를 걷어내고 코믹에로 버전의 철학극으로 변신을 시도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얼핏 보면 가벼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법의 톤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 『향연』에 대한 조안 스파르의 이 특이한 해석서는 저자 자신의 경력에 유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자는 프랑스 니스 대학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다시 미술대학(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여 미술을 익힌 학력이 목격되는 바, 저자는 이 학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융합된 전공(철학, 미술) 능력을 살려 삽화로 구성된 전대미문의 철학 해제서를 출간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다소 거칠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는 그림체로 플라톤 『향연』의 인물들에 풍부한 표정과 개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라톤의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며 원작이 지니지 못한 내용까지도 포괄하는 다양한 뉘앙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려운 철학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밀려올 때, 게다가 플라토닉 러브가 무엇인지 저 아득한 실마리를 찾고 싶을 때, 이 책은 독특한 융합 콘텐츠로서 그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승건 (서울예술대학교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ㆍ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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