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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역사, 분단을 소설로 다시 바라보다
아픔의 역사, 분단을 소설로 다시 바라보다
  • 이혜인
  • 승인 2020.04.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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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증언 | 저자 통일인문학연구단 | 씽크스마트 | 304쪽

1945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리 민족은 ‘분단’이라는 크나큰 상처를 안은 채 근 75년 남짓한 세월을 살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상처는 흐려지고 옅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 점차 늙어가면서 목소리를 잃게 되어 세상에서 잊히는 탓이다.
하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여러 소설 속에 남아서 우리에게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때의 기억을, 그때 일어났던 사건을, 그때 입었던 폭력의 형태와 그 후유증을. 소설은 작가가 상상하여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감춰졌던 진실과 메시지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떤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보다 더 진실하다. 이런 지점에서 출발한 『기억과 증언』은 우리 시대의 분단의 기억과 아픔을 당대 소설문학을 통해 들여다본다.

『기억과 증언』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현기영의 「순이 삼촌」, 임철우의 「곡두 운동회」처럼 흔히 알려진 작품들은 물론이고 전명선의 「방아쇠」나 양영제의 『여수역』, 이호철의 「탈향」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통해 분단의 논리에 따라 삭제되고 왜곡되었던 분단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여순 반란’이라 명명되는 여순 사건과 단순 공산주의 폭동으로 잘못 알려졌던 대구 10월 사건, 그리고 중요하게 다뤄진 적이 없었던 흥남철수사건이나 수복지구 원주민의 삶, 이산가족의 삶 등을 재조명하고 있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이 문장은 여러 매체에서 즐겨 인용된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분단이 아닌, 그 분단을 직접 겪고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연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기억과 증언』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분단의 역사가 교과서 및 역사서에 박제되어 남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기억하고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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