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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243)] 활동적이고 매력적인 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243)] 활동적이고 매력적인 새
  • 교수신문
  • 승인 2020.04.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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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홍관조

지난 호에서는 左投右打인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Toronto Blue Jays)의 마스코트(mascot)인 ‘파랑어치’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얼마 전에 입단한 김광현 피처의 소속 구단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의 팀 로고(team logo)인 북홍관조(北紅冠鳥,red bird)를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대한민국 좌완에이스인 김광현은 한 마리의 홍관조가 되었다”라고 칭찬을 한다. 

이 새는 수컷이 선홍색인 북미의 새로 ‘북카디널스(Northern Cardinals)’ 또는 ‘북홍관조(Red Bird)’라 불린다. 샛노란 야구방망이에 오뚝 올라앉은 노란 부리를 가진 새빨간 구단 로고새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새의 부리는 노랗지 않고 붉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북홍관조(Cardinalis cardinalis)는 북아메리카의 로키산맥 동부에 살고, 고운 소리를 내는 명금류(鳴禽類)로 참새목(目), 홍관조과(科)에 든다. 온몸이 짙은 빨간색(深紅色,crimson red)으로 추기경이 입는 붉은 예복, 모자 색과 비슷하다 하여 카디날(cardinal)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핏빛 색은 순교자의 피를 뜻한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紅冠鳥(Paroaria coronata)는 원산지가 남미 아마존 이남의 볼리비아·아르헨티나·브라질 등지이다. 홍관조(red-crested cardinal)는 몸 빛깔이 매우 고운 관상조로 몸길이는 약 19cm이고, 몸 전체는 회색이나 흰색이지만 머리에 우뚝 솟은 깃털묶음인 우관(羽冠,crest)이 진홍색이라서 홍관조란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이 남미 산인 홍관조는 마릿수(個體數)가 팍 줄었고, 거의 관상용으로 기른다고 한다. 꽤나 나대는 것이 무척 활동적이고, 강렬한 색을 띠어 무척 매력적인 품종이며, 특히 호전적인 수컷의 아름다운 모습이 돋보인다. 그러나 예쁜 것에 비하면 울음소리는 형편없는 편이라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북홍관조’ 또는 ‘Red bird’라고 불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스코트인 북카디널스(Northern cardinal) 이야기다. 북카디널스는 북미의 캐나다 남동부와 미국 동부인 미네소타나 텍사스에 주로 살지만 남미의 멕시코, 과테말라 등지에도 분포한다. 그리고 19아종(亞種,subspecies)이 있고, 그중에서 가장 북쪽에 분포하는 새이며,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지로도 유입되기도 했다 한다. 또한 북카디널은 오하이오·인디아나·켄터키·버지니아 등 미국의 7개 주를 상징하는 새일 정도로 인기 있다.

북홍관조는 몸길이는 21~23cm이고, 편 날개 길이 25~31cm, 체중 33.6~65g(평균 44.8g)이고, 수놈이 암놈보다 좀 더 크다. 수컷 머리에는 뚜렷한 羽冠(crest)이 있고, 수컷 깃털은 아주 새빨가며, 부리 둘레는 마스크를 쓴 듯 검다. 암컷은 날개·우관·꼬리털이 붉고, 다른 부위는 회색이며, 발과 다리는 어두운 분홍색을 띤 갈색이다. 

수컷 깃털이 붉은 것은 먹이에 든 카로티노이드 색소(carotenoid pigments)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컷은 온몸이 아주 붉지만 암놈은 발그레한 황록색(reddish olive color)이다. 수놈 부리는 원뿔(圓錐)꼴이고, 살구열매색처럼 주황을 띤 분홍산호색(coral color)이다. 그런데 팀 로고의 새 부리는 야구배트처럼 노란색임을 눈여겨볼 것이다. 

북카디널스는 90%를 잡초 씨앗을 먹고(granivorous) 곡식 낟알·과일·도토리·해바라기씨도 먹으며, 동물성먹이로는 베짱이·딱정벌레(beetles)·매미·메뚜기·달팽이들이다.

일부일처(monogamous)는 아니지만 짝이 죽으면 새 짝을 얻는다. 암컷이 접시 모양의 집을 짓고, 집을 지은 지 1~6일 후에 3~4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하는 데는 12~13일이 걸리고, 1년에 3~4번 새끼를 친다. 옛날에는 애완조로 사고팔았으나 지금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숲이나 정원, 관목지대(shrubland), 늪지대(wetlands)에 주로 산다. 

수컷은 텃세하느라 우듬지(나무꼭대기)나 높은 곳에서 짹짹거리며 딴 수컷들이 자기 영토(領地) 안에 들면 딥다 쫓아낸다. 그리고 포식자가 나타나면 서로 위험을 알리느라 깩깩 경고음(warning call)을 내지른다.

또한 거울에 비친 자기 鏡像(mirror image)을 인식(self-recognition)하지 못하고(다른 수놈으로 알고) 가차 없이 혈투를 벌린다. 그래서 ‘새대가리’란 말을 듣는 것이렷다.

그리고 새끼들은 부모에서 노래를 배우는 탓에 지역에 따라 노래가 조금씩 다르게 사투리를 쓴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사는 놈들일수록 먼 곳의 것들보다 노랫소리가 비슷하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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