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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수 돕기에 따듯한 손길 이어져
해직교수 돕기에 따듯한 손길 이어져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3.11.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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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교수 사연 라디오서 듣고 50대 시민, 변호사비 부담

김민수 교수 복직 염원하며 학생들, ‘복직노트’ 판매

사교련, 해직교수 돕기 1인 1만원 모금 운동

해직교수를 돕기 위한 시민, 학생, 교수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부당 해직당한 교수의 사연을 라디오에서 듣고 변호사비를 전담하겠다고 나섰다.

이 미담의 주인공은 김동우 전 세종대 교수(회화과)와 신권식 씨(57세)다. 신권식 씨는 지난해 5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 교수의 해직 사연을 듣고 물어물어 김 교수를 찾았다고 한다. 이유는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습니까. 돈은 제가 될 테니, 이길 때까지 싸우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한 푼 두 푼 하는 것도 아닌 변호사비를 1심서부터 지금까지 대고 있는 신 씨는 자신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신권식 씨는 “시민사회라 불리는 요즘도 이사장과 교수관계가 왕과 신하처럼 굴러가는 것을 보며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라며 “대법원까지 가더라고 끝까지 후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동우 전 세종대 교수는 스스로를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황철민 전 세종대 교수가 김동우 교수의 복직 투쟁기를 ‘팔등신으로 만들라굽쇼’라는 영화로 찍으며 동지애를 과시하기도 했고, 신 씨와 같은 세상에 둘도 없는 ‘동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생판 모르는 남남이 궂은 일을 자처하고 나서는데, 처음엔 부담스러워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신 선생의 진심을 알고는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라며 “이젠 이기는 것밖에는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11월 3일 현재 38일째 서울대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산업디자인과)는 학생들의 온기로 추운 날씨를 버티고 있다. 김민수 교수 복직을 위한 학생대책위가 서명운동을 벌이며 ‘복직노트’를 판매하고 있는 것. 김 교수의 ‘유령의 노래’라는 자작시를 겉표지에 싣고 투쟁일지를 만화로 그려놓은 연습장은 1권에 2천5백원, 2권에 4천원에 팔리고 있다.

학생대책위원회 박채은 씨(언론정보학과 석사 1년)는 “5백권 찍었는데, 벌써 다 팔렸어요”라며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 다시 찍을까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복직과 함께 결성된 학생대책위는 올해로 5년째 김 교수의 복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민수 교수는 “무학점 강의도 수업을 듣겠다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고마움과 다시 강단에 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시민, 학생뿐만 아니라 그동안 해직교수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교수들도 해직교수 돕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이하 사교련)는 최근 ‘해직교수 돕기 1인 1만원 모금운동’을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대학에 배포하는데 한창이다. 이철세 사교련 공동상임회장(배제대 물리학과 교수)는 “1천명의 교수들이 해직을 당했는데, 교수단체가 그동안 아무일도 안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수단체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교수들을 돕지 못 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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