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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씨네로그】악마적 충동은 사회도 원인이다
【정재형의 씨네로그】악마적 충동은 사회도 원인이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04.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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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브룩스(Mr. Brooks) 포스터

범죄의 원인을 설명하는 두 가지 원천이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있고, 그와 절연된 자신의 내면이 있다. 반대인 듯 보이는 이 둘은 실상 연결되어 있다. 연쇄살인범 내면의 심리를 그린 <미스터 브룩스 Mr. Brooks>(2007)는 범죄가 사회 보다 인간 내면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끔찍한 연쇄살인범 브룩스는 성공한 사업가며 아내와 딸을 둔 단란한 가장이다. 낮에는 사업에 열중한 열정적인 기업가면서 밤에는 아내도 모르게 누군가를 살해하고 아무 일 없이 새벽에 집에 들어온다. 그를 보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그래서 제목도 ‘브룩스‘라고 정했는지 모른다. 그럼 또 다른 한 명은 누구인가? 항상 등장하는 마샬이란 가상의 인물이다. 이 현대판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동전의 양면처럼 표리부동한 인물의 두 성격을 설명한다. 스미스는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인간인 반면 마샬은 살인을 즐기는 변태적 인간이다. 둘은 항상 갈등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스미스가 문득 살인을 즐기는 범죄자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완전범죄에 가깝게 일을 처리하던 브룩스는 우연히 스미스라는 인물에 의해 살인 현장이 발각된다. 알고 보니 스미스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살인을 직접 구경하고 싶다는 청을 하는 또 다른 변태였다. 세상이 온갖 희한한 변태들로 우글거린다는 사실에 브룩스도 혀를 찬다. 이제 싫증나 범죄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브룩스는 스미스에게 마지막으로 살인을 보여주고 오히려 그의 손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대학생 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 애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꿔 스미스를 죽이고 만다. 브룩스는 딸의 애를 키운다는 생각 외에 한편으로 딸을 격리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한다. 왜냐하면 딸이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한 점을 보면 자신을 닮아 살인중독에 빠져 있으며 언젠가 자신마저 죽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표리부동한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두 가지로 파악한다. 하나는 내적 갈등의 소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독성과 유전적인 요인을 갖는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를 저질렀던 범죄자가 시민들을 경악에 빠트린 건 그가 표리부동한 인격을 소유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모르게 흉악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한편으론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고 열심이었던 청년이었다. 뒤늦게 검거된 화성연쇄살인범도 그 점에서는 닮았다. 그를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은 항상 공손했었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증언해 놀라움을 더했다. 

브룩스의 행동이 하나도 다르지 않아 소름 끼친다. 그의 내면은 항상 그만둬야지라고 말하는 이성적인 자아와 계속 범죄를 즐기자는 악마의 자아로 분열되어 있다. 우리 사회 속의 연쇄살인범, 변태 흉악범들이 사회의 영향보다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의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의 중독에 도취된 인간들이란 사실을 엿보게 한다. 코로나 감염이 한창인 지금 성 착취 중독에 빠졌다가 검거된 범인이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 멈춰줘서 고맙다.” 범죄자의 말 치곤 뻔뻔하고도 기이한 그 말속엔 두 개의 자아가 숨어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모든 걸 마음대로 허용하던 사회가 결국 그에게 제동을 걸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회가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혀 무관한 채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마의 자아가 이성적 자아를 장악한 그 배경에는 분명 사회라는 그릇이 범죄의 배양관 역할을 한 게 분명하니까. 그가 표현한 악마적 자아란 것도 알고 보면 하늘에서 떨어진 것만은 아니리라. 범죄를 즐기고 중독될 정도로 이 세상이 만만했기 때문 아닌가. 자기 맘대로 해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 걸 인식한 어느 날부터 그에게 주어진 얄팍한 생각이었을 테니까.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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