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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3)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3)
  • 교수신문
  • 승인 2020.03.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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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박홍규 명예교수(좌)와 최재목 교수(우)
영남대학교 박홍규 명예교수(좌)와 최재목 교수(우)

<1편에 이어>

최: 다음으로 얼른 넘어가겠습니다. 박교수님께서 엮고 옮긴 빈센트의 편지 선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는 이 자리의 학생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1874년 21세일 때, 우리나이로 22세 때 쓴 편지를 보겠습니다. 
박 : 그렇죠.
최 : “사랑하는 테오 네가 미슐레를 읽고 충분히 이해했다니 너무 기쁘다. 그런 책(미슐레의 『사랑』)은 적어도 사랑에는 보통 사람들이 거기에서 추구하는 이상의 것이 있음을 가르쳐주지. 그 책은 나에게 하나의 계시이자 동시에 복음이란다.” 미슐레에 대해 잠깐 조금만 설명을 해주시면요?
박 : 미슐레는 20세기 초반에 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사람인데요. 프랑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방대하게 쓴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문학적으로는 여성이나 사랑, 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지금 우리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뭐랄까, 아직까지 좀 구시대적인 발상이기는 하지만, 정신적인 사랑을 많이 강조한 그런 책을 쓴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되어 있는데요. 빈센트가 사랑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이 사람은 미슐레가 쓴 『사랑』이란 책을 읽고, 그 책대로 사랑하려고 했다는 의미에서 사랑의 교과서가 된 책입니다.
최 :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을 찾아보니까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자 영원한 타자 『여자의 사랑』 , 『여자의 삶』 뭐 이런 책이 나와 있던데요?
박 : 예 맞습니다.
최 : 사회를 변혁하려는 키워드로 그 당시에 사랑이라는 걸 느꼈던 모양이에요.

박홍규 교수가 엮고 옮긴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선집
박홍규 교수가 엮고 옮긴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선집

박 :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구시대적인 낭만적인 사랑의 개념일지 모르겠는데, 빈센트는 미슐레의 책을 통해서 정신적인 사랑, 특히 그의 입장에서는 기독교 정신에 충실한 사랑, 말하자면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도 복음 차원의 기독교적인 사랑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의 생각이겠지만, 아무튼 그런 사랑이 지상에서, 속세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서 항상 그의 사랑은 실패작이었습니다.

최 : 거기 다른 편지가 연속된 편지 같죠? “즉 여자란 남자와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 또 네가 말하듯이 아직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기껏 겉으로밖에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그래 나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여자와 남자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즉 반반씩 둘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가 된다고 나도 역시 생각해.”
박 : 여기 계신 대부분의 학생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 또래에서 하숙집 딸을 처음 사랑하게 되고, 그 뒤에 또 몇몇 사촌동생 여성 등을 사랑하게 되는데, 대부분 사랑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실패로 끝난 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사랑이라는 개념을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 입장에서, 즉 남녀의 사랑도 지고하고 순수한 정신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상대방 여성은 반드시 생각이 같지 않은 거죠. (웃음)

최 : 에로스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좀 아가폐적인 사랑 같다, 뭐 그런 말씀인가요?
박 : 예. 그렇죠. 빈센트가 사실 편지를, 제가 젊을 때의 그의 고뇌를 한 줄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빈센트의 생애, 그림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말년에 가면 기성 교회에 대해 조금 실망도 하게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평생을 두고 복음서의 정신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런 어떤 종교적인 측면, 아가폐적인 측면을 빼면 빈센트의 삶이나 예술은 이해될 수 없죠.
최 : 아까 하숙집 딸에 구혼도 해봤고, 사촌동생 테라고 하는 여자하고도 사랑을 했고, 그리고 시앵(크리스틴)이라고 나중에 나옵니다만, 사랑의 경험이 몇 번 되지 않네요. 
박 : 뭐 한 서너 번. 평생동안.
최 : 죄송합니다만 선생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 (웃음)
박 : 젊은 시절에는 뭐 누구나 짝사랑도 하고, 플라토닉 러브 같은 것도 추구를 하고 합니다만. 빈센트 역시 평생을 그렇게 사랑 고민을 했습니다.
최 : 네 어쨌든 그 젊은 날의 사랑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게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죠.

<다음 편에 계속> 

2019.10.31.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진행된 대담 모습. 사진제공=대구가톨릭대 정우진 교수.
2019.10.31.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진행된 대담 모습. 사진제공=대구가톨릭대 정우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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