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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1)·(2)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1)·(2)
  • 교수신문
  • 승인 2020.03.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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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봄기운으로 가득한데, 중국 우한 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봄을 빼앗아가 버렸다. 전염병에게 빼앗길 들에도 봄이 왔지만, 대구경북 뿐만이 아니라 전국은 여전히 불안과 절망의 시간을 겪고 있다. 
이때에 지난 역사 속의 지혜와 인문적 자산을 회상하면서, 모두 힘을 모아 이번 난국을 이겨보자는 뜻을 담아 “반 고흐 『편지』ㅡ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이란 주제로, 박홍규(영남대 명예교수)-최재목(영남대) 두 교수가 대담한 것을 싣는다. 하여, 절망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았던 빈센트 반 고흐를 호출하여, 역경을 극복해가는 끈기를 얻어 우리나라가 조속히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 대담 원고는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주관, [사유의 모험, 영혼의 탐험: DCU통찰 크로스특강시리즈] 두 번째 특강(2019.10.31.: 하양캠퍼스 성체칠리아관 효음아트홀)에서 진행한 것을 정리하여 실은 것임을 밝혀둔다. [전문 게재를 허락해준 대가대 정우진 교수 및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
최재목 영남대 교수

최재목(이하 최) :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박홍규 선생님 모시고 제가 사회를 맡아 대담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박홍규(이하 박) :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수) 
최 : 저는 사회 맡은 최재목입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께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내셨습니다. 『내 친구 빈센트』, 그 다음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노동자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마지막 책은 한 900통 중에서 152편의 편지를 골라서 잘 구성한 책으로 아주 맛깔스럽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제가 2010년 네덜란드에 연구년을 가 있을 때, 밤마다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감동이 깊었습니다.

최 : 그런데 잠깐, 선생님. 오늘 웬일로 이렇게 수염을 다 깎고 오셨습니까?
박 : 여기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오늘뿐만이 아니라 이전에 와서도 느낀 건데, 학교도 아름답고 아담하고, 학생들도 굉장히 경건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수염도 깎고 좀 왔습니다. 

최 : 저는 같은 대학에 있으면서, 인생의 선배로서 학문을 좋아하는 정말 큰 학자로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 사실 박홍규 교수님입니다. 제가 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교수가 교수한테 뭘 배우냐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정말 선배로서 모범이 될 정도로 열심히 사십니다. 글쎄, 문화, 역사, 철학, 정치, 예술 뭐 다방면에 걸쳐서 책을 내십니다. 1년에 대여섯 권씩이나. 오늘 또 선생님께서 PPT를 50매쯤 준비해오셨더라고요. 제목이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 빈센트 반 고흐 편지”인데요, 편지를 중심으로 엮으신 것이죠?
 
박 : 예.
최 : 근데 선생님은 친구가 많으십니까?
박 : 20대 30대에는 친구가 많았어요. 나이 들며 친구가 자꾸 줄어들고 반면에 이제 책이나 예술 같은 것들을 통해서 친구를 느낍니다. 친구라는 게 단순히 이렇게 매일 서로 만나는 친구가 아니고 책으로 또는 그림으로 음악으로 그렇게 만나는 친구인 거죠.
최 : 선생님, ‘친구’라는 말을 넣은 책이 많죠. 『내 친구 빈센트』 외에도?
박 : 『내 친구 톨스토이』 등등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 가능한 한 뭐 우리하고 동떨어진 위인이 아니고 우리하고 가까운 존재라는 뜻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아저씨 같죠. 내가 친구란 말이 들어간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동자들 같이 현장에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 예술이나 문학 쪽에 관심을 가질 시간들이 별로 많지 않고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받을 일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친숙하게 반 고흐나 베토벤이나 톨스토이 같은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었던 거죠.
 
최  : 네 그게 훨씬 쉽게 이해가 되고 또 외국 사람에게 친구라고 하니 정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저기 고흐의 초상이 나와 있는데, 선생님이랑 좀 닮은 게 있습니다. 수염이 특히.
최 : 오늘 이야기를 11개의 키워드로 짜셨네요? 
박 : 예. 성장, 노동, 사랑, 농촌, 태양, 자화상, 밤, 휴식, 귀, 밀밭, 공동체. 
최 : 이렇게 11개로 짜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박 :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았던 생애를 중심으로 하고, 대표적인 작품이나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둬서 키워드를 한번 잡아봤습니다. 연관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 : 예 뭐 보면 성장하고 일하고 사랑하다가 결국은 쉬고 늙어서 죽는 게 뭐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게 사람의 일생 아닙니까? 붓다 즉 부처 같은 사람은 생로병사를 주제로 평생 고민했던 분이죠. 아무튼 한번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성장부분인데요. 화면에 보이는 사진 2점과 자화상은 언제 모습입니까? 
 
박 : 제일 처음 사진은 어릴 때 사진이고 둘째가 19살일 때 3번째가 1819년에 그린 자화상입니다. 죽기 1년 전. 
최 : 이때 사진을 보면 눈매가 보통이 아닙니다. 아주 독기 서렸다고나 할까, 고집이 센 것 같기도 하고, 신념이 굳은 모습 같기도 한데. 
박 : 뭐 어릴 때부터 좀 특이했고 또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었고 고집도 있고 개성도 강했고 학교 공부를 썩 잘하지도 못했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 합쳐 4년 정도 공부를 했을 뿐입니다. 열여섯 살쯤 돼서 취직을 했죠. 구필화랑이라고 하는 화랑에 취직을 해서 그때부터 취직을 해서 일을 했기 때문에 소년 때는 특별하게 두드러지는 건 없었습니다.

최 : 그 다음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모습을 설명해주시죠
박 : 예 지금 이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가 어릴 때 그린 그림인데. 반 고흐 사진 초등학교 때는 물론이거니와 미술대학을 다닌 적도 없고 27살쯤 돼서 그림을 그릴 때 까지 그림을 배운 적이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밑에 그림은 반 고흐 어릴 때 스케치 한 건데 남아 있는 것들 중 하나이고. 위에 사진은 테오 반고흐라고 반 고흐의 두 살 어린, 평생을 두고 형을 도운 동생입니다. 뭐랄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대단히 가까웠던 . 어떻게 보면 형제애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그런 관계를 보여준 동생입니다 테오 반 고흐. 
최 : 그러니까 여기 학생들도 있고 해서 조금 더 여쭙고 싶은데요. 빈센트 반 고호 또는 고호, 고흐라고도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박 : 영어식으로 하면 고흐고, 프랑스식으로 하면 고허고, 네덜란드 식으로 발음하면 고호 이렇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빈센트 반 고흐라 부르는 것은 영어식 발음입니다. 어떤 식으로 해도 좋은데, 네덜란드 사람이니까 네덜란드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어요. 여러분들이 혹시 네덜란드에 가서 나중에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명한 국립 고흐박물관이나 네덜란드의 고흐미술관 등을 보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때, 고흐라고 발음해서는 네덜란드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고호, 곱호 이렇게 발음하는 게 맞습니다.

최 : 테오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형 빈센트에게 큰 도움을 줬죠? 어떻게 보면 테오는 빈센트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 : 평생 빈센트 반 고흐는, 뭐 빈센트라고 부르죠. 빈센트는 경제적으로 벌이를 해 본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화상 생활을 한 어린 시절을 빼고 평생 그림을 한 점 판 것 외에는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번적도 없고 대단히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 그야말로 실업자 루저였죠. 동생이 이제 유일하게 화상생활을 시작했는데 동생이 월급을 받으면 한 반을 형을 위해 생활비를 보내줬기 때문에 이제 화가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만큼 물질적 도움을 주는데 중요한 존재였죠. 아까 평생 900통 이상의 편지를 썼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대부분의 편지는 형인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1~2주일에 평균 한통씩 굉장히 긴 편지를 주기적으로 썼는데, 내용이 자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 아무튼 자기가 느끼는 모든 정신적인 고민이나 자신의 노력이나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나 이런 것을 거의 동생하고 편지를 통해 의견 교환을 했던 거죠. 그만큼 정신적인 유대가 강했던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도 형제간의 우애, 형제애를 강조합니다만. 반면 서양에는 그렇게 강조되지 않는데, 유독 이 형제 빈센트와 테오의 관계는 우리 동양에서도 보기 힘든, 형제관계의 전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 : 선생님이 엮고 옮기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저도 읽어보았는데, 느낀 점은 빈센트가 굉장히 독서를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편지 쓸 때마다 뭐를 읽었는지, 그 내용이 뭔지를 적어두었더라고요. 또한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그런 세세한 내용을 밝혀서 자신 내면의 감정 같은 것도 드러냈더라고요. 마치 연애편지 쓰듯. 테오는 빈센트에게 데미안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박 : 그렇습니다. 고흐의 데미안. 정신적인 파트너죠. 정신적인 교감을 나눈. 거의 뭐 평생을 동생하고만 정신적인 교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누군가로부터 사랑도 제대로 못 받고. 평생을 보낸 여인도 없었고.
최 : 그러니까 그 테오라는 존재 동생이 있음에 정말 정신적인 안식처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부조(扶助), 도와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참 정말 좋은 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 :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유대관계가 아주 돈독했죠.
최 : 나중에는 내 친구 테오 이런 책을 쓰시는 게? (웃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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