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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배치 '판면권' 왜 인정 않나"
"글·사진 배치 '판면권' 왜 인정 않나"
  • 장성환
  • 승인 2020.03.25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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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출판이 교육 경쟁력이다] ⑤글과 사진의 배치도 권리가 될 수 있다?

출판업계, 판면 인쇄 배열에 대한 권리인 ‘판면권’ 꾸준히 요구
도서관 대출에 대한 보상금 받는 ‘공공대출권’ 도입 주장도

저작권 인정하면서 출판권은 무시
面 스타일·레이아웃도 엄연한 권리
영국 등 26개국, 저작인접권 우대

출판업자들이 현재의 저작권법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며 판면권 도입 등 출판권자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강화돼 왔고, 출판권자는 저작권법에서 철저히 무시됐다. 현재의 저작권법을 살펴보면 자작권자는 물론이고 저작인접권자도 복제·배포·전송·대여·방송 등 다수 권리를 보장해 주지만, 출판권자는 복제와 배포의 권리만 가지고 있다.

이렇게 힘든 현실이 이어지자 출판업계에서는 출판권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중에서도 출판업자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게 바로 ‘판면권’이다. 판면권은 판면 인쇄 배열에 대한 출판자의 독자적인 권리를 말한다. 출판물을 구성하는 각 면의 스타일, 구성, 레이아웃이나 일반적인 외관·모양 등이 판면권 권리 대상이다. 음악에서 곡을 작사·작곡한 창작자 외에도 노래를 부른 가수나 음반 제작자 등이 저작인접권을 가지는 것처럼 출판자도 기획이나 편집, 제작 등 저작물의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권리를 보호해 주자는 말이다.

판면권을 처음 도입한 영국의 저작권법을 살펴보면 ‘작품 외 판면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출판사의 판면권 보호기간은 최초 출간일(초판 출간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기준)로부터 25년이다. 또한 공정한 이용의 범주 밖에서 출판물의 전체 또는 일부를 복제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면 이는 저자뿐만이 아니라 출판사의 권리도 침해한 것이 되므로 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로열티를 두고 저자와 출판사가 대략 절반씩 분배한다. 현재 한국은 판면권이 도입돼 있지 않아 복사물로 인해 발생한 로열티를 저자에게만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7년을 기준으로 영국·스페인·호주·아일랜드·뉴질랜드 등 26개 국가에서 판면권을 일종의 저작인접권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이탈리아·대만 등 총 31개국에서는 판면권과 유사한 출판자 보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현 전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 상무(역락출판사 대표)는 “출판사가 저자의 원고를 그대로 출간하는 게 아니라 가독성을 고려해 창의적인 편집을 하는 만큼 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며 “출판업계 미래와 출판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판면권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공공대출권의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공공대출권은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공중에게 대출해 주는 경우 저작권자가 판매의 기회를 잃어 재산적 손실을 보게 되므로 보상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다. 일부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이때 출판사에도 일부 수수료가 배분될 수 있도록 명시해 법제화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이 보상금을 낸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싶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출판권자도 책의 완성도와 유통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만큼 응당 그 권리를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 권리를 찾기 위해 수없이 목소리를 내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우리 정치권이 이에 응답할 차례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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