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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대학 실험용 쥐 대거 안락사 운명
코로나 사태로 대학 실험용 쥐 대거 안락사 운명
  • 장성환
  • 승인 2020.03.24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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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더 악화되면 90% 이상 폐기처분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애꿎은 실험용 쥐 수만 마리가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했다. 

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국 대학의 실험실들이 수천에서 수만 마리의 쥐들을 안락사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PETA)'이다. PETA 관계자는 "실험용 쥐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도살하거나 목을 부러뜨려 죽이는 행위는 대규모 살상 행위"라며 "대학 실험실에서는 편의만을 생각해 처음부터 실험 대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될 동물들을 쉽게 도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실험실의 입장은 다르다. 실험실 연구원의 안전과 나머지 동물들을 위해 실험용 쥐들을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피터 스미스 미 예일대 동물자원센터 부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의사를 포함한 연구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천, 수만의 실험용 쥐들을 일일이 먹이거나 돌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고 실험용 쥐를 안락사시키겠다는 결정도 결코 가볍게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릭 허친슨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동물자원센터 소장도 "유행병 기간 동안 매일 연구원 2명이 안락사를 처리하고 있다"며 "끔찍하고 슬픈 일이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일대나 존스홉킨스대의 경우 실험용 쥐 안락사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이들 대학은 연구원들에게 어떤 실험실 동물이 '필수적이지 않은지' 평가를 요청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안락사 대상이 되는 동물은 특정 실험을 위한 유전적 성질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쥐들이다. 

하버드대 진화생물학자 호피 회크스트라 박사는 이미 보유 중이었던 실험용 쥐 1천 마리의 거의 절반을 안락사시킨 상태다. 연구원들은 실험용 개나 고양이를 정리해야 하는 경우 가정으로의 입양을 추진하지만 실험용 쥐는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사이언스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리건 건강과학대 면역학자인 이자벨라 로치는 "우리 대학은 현재 '레벨 3' 수준에 있는데, 이 수준이 '레벨 4'로 올라가면 전체 실험용 쥐의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페렐먼 의대 미생물 면역학자인 서니 신 박사는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연구원들과 지역 사회 전반의 안전을 위해 이런 식으로라도 시민의 의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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