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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사회적 자치를 회복하자
대학정론-사회적 자치를 회복하자
  • 박홍규 논설위원
  • 승인 2003.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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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자치, 지방자치, 국회와 법원의 독립과 자율, 정당의 자유, 결사나 언론의 자유가 문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단체가 그 내부 또는 구성원과의 관계를 자율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사회적 자치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자치 없이 성립할 수 없다. 물론 민주주의 초기 단계에 사회적 자치는 아예 부정되거나 지극히 좁게만 인정되나, 적어도 19세기 말 이후 그것은 점차 확대되어 시민사회의 정치, 사회적 자치를 위한 인권이라는 차원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어 20세기에 와서 자유권과 함께 사회권이 헌법에 규정됨으로써 사회적 자치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것은 사회단체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했다. 대학자치도, 지방자치도 선거를 통한 구성원의 자치 참가에 의해 확충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자치의 일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회 단체의 발언권이 커지고 있고 또한 지방자치의 발전에 의해 분권에 대한 요구도 나타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발적 단체들에 의한 다원적 사회 단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단체가 힘으로만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일부 비판적인 견해도 있으나 최근 대두한 그런 부정적 경향은 시행착오를 거쳐 앞으로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고, 여러 단체의 다양한 주장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즉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하여 사회적 자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자치가 대체로 위축되어 있다. 특히 사회적 자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 사법, 대학에서 그 위축현상은 현저하다. 최근 논의되는 정치개혁 내지 국회개혁이란 정당을 포함한 정치적 단체의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정당은 시민 정당원을 토대로 한 시민사회 내부의 자치적 정치 단체여야 하나, 우리 정당이 그런 자치성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언론이 거대기업으로 상업화되고 정치화되어 시민을 정치의 관중으로 만들어 시민에 의한 직접 자치로서의 정당은 이미 존재하지 않고, 몇 정치인의 정치쇼 만이 존재한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물론 파병이나 재신임 등의 기본적인 국정마저도 당리당략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다.

사법개혁도 인권 보장의 강화, 시민의 사법참여와 법조일원화, 법률부조제도의 확충, 사법이용의 용이를 위한 법조인구의 확대, 법관의 자치 등 사법에 대한 시민의 자치성을 강화하는 방향과는 상관없이, 관료적 사법의 온존 하에 사법시험 합격자를 줄여야 한다는 논의 등과 같이 법조인의 이익 도모에만 급급하고 있다. 또한 대학개혁도 산업정책과 맞물려 교수와 학생의 자치를 억누르고 있다. 학문의 공공성, 보편성, 공평성, 독창성이 시민의 사회적 요청에 응하는 기본적 조건이고 자치는 그것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정책에 압도되어 대학은 그 자치를 잃고 있다. 이러한 정당, 사법, 대학의 사회적 자치를 회복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민주주의 정착에 핵심임을 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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