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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해외학계의 흐름 ①-‘시장경제’ 이후의 중국학계
[기획연재] 해외학계의 흐름 ①-‘시장경제’ 이후의 중국학계
  • 이남주 / 성공회대
  • 승인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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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0 21:35:02

‘혁명은 변방에서’라는 구호에 익숙하지만 정작 영미유럽의 학문흐름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던 우리의 학문행태에 작은 균열을 가하고자 한다. 그간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서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대륙 등의 학문흐름을 일람하면서 ‘정신의 斜視’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먼저 시장경제도입으로 변화하는 중국학계의 동향을 소개한다.

이남주 / 성공회대·중국정치


중국에서 학문의 자유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 중의 하나이다. 1957년 진행되었던 반우파투쟁에서 대학 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추구하였던 일부의 시도가 반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비판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학문과 교육에 대한 당의 영도라는 원칙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에서 학문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학문은 사회의 권력구조와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여 여러 다양한 학문적 경향이 등장하였다. 이 과정의 주요한 특징은 80년대 기존의 권력구조와 마찰 속에서 발전해 온 ‘시장’이라는 화두가 주류적 경향으로 발전하였고, 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던 80년대에도 ‘시장’은 기능적인 역할은 조금씩 확대시켜 갔지만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1992년까지 중국에서는 ‘시장경제’라는 용어도 공식적으로는 사용되지 못했고 상품의 생산과 분배에서 시장 역할이 증가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시장’, ‘시장 조절’, ‘상품경제’ 등의 개념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1992년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을 채택하고 ‘시장경제’를 경제체제 운영의 기본 원리로 승인한 이후 경제학을 중심으로 ‘시장주의’적 경향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새로운 경향을 주도하였던 경제학자들은 신고전학파의 전제를 수용하여 시장 논리를 재화 및 서비스 상품을 넘어서 토지, 자본, 노동력 등의 생산요소에도 적용시키는 경제개혁의 논리를 개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현상은 시장주의적 경향이 정치적 보수주의와 결합되었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초반 중국에서는 급진주의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국학, 유학 등의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한 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되었고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침식을 보완하는 것으로 새로운 경향을 평가하였다.


그러나 일부에서 급진주의에 대한 비판이 80년대 지식인 운동에 대한 반성을 넘어서서 신해혁명,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비판으로 발전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제재가 시작되었다.

‘시장주의’와 보수주의의 결합

이로써 일시적으로 형성되었던 이 두 경향의 연대는 무너졌으나,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치적 변화에 대한 보수주의적 입장을 계속 견지하였다. 그리고 시장화 개혁의 깃발을 든 경제학자들도 중국의 정치적 문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경제개혁, 혹은 경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요구되는 사회제도(사회복지제도 등)의 정비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통해 주류 이데올로그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의 경향은 ‘경제적 자유주의’로 지칭되기도 하였다. 이들의 영향으로 ‘시장’은 경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에 의해 주도된 개혁이 중국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누적시키면서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학문적 도전도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문제는 대규모 실업, 계층분화와 빈부격차, 부패 등의 현상적인 것에서 다원적인 경제사회체제와 일원적인 정치체제의 갈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과거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경제적 자유주의 또는 중국식 ‘시장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곧 ‘신좌파’와 ‘자유주의’ 사이의 또 다른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신좌파라고 지칭되는 학자들은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장화’와 그에 수반되는 ‘세계화’에 대한 부정 혹은 반성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묶일 수 있다. 대안적인 측면에서는 문명발전의 다원론을 주장하며 ‘평등’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경제제도와 정치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신좌파’와 유럽의 뉴레프트 사이의 관계는 매우 모호하다. 중국의 신좌파가 뉴레프트가 제기한 여러 새로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민중의 정치참여, 경제적 평등 등 전통적 좌파가 제기한 문제들도 매우 비중이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좌파가 직면하고 있는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모호성보다는 전통적 사회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는 강력한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중국에서 좌파적 문제제기가 어떻게 새로운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신좌파,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난도

자유주의적 흐름은 신좌파에 대해 당신들은 과거 사회주의의 좌절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묻고, 신좌파론자들이 사실상 과거로의 회귀라는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시장화’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경제적 영역에 제한되고 있는 ‘시장화’를 정치, 사회적 영역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중국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자유주의에 기초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유주의’는 현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좌파와 자유주의는 현재 체제에 대한 비판적이라는 점에서는 입장이 같지만 논쟁과정에서 양자 사이의 차이는 이들과 현재 주류 입장과의 차이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새로운 문제제기는 중국의 학문이 보수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이 형성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21세기 중국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에 대한 논쟁에 지쳐가며 모처럼 되찾은 학문적 논쟁의 활력이 조기에 유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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