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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 수능順 아니다" … 지방 출신 성적 우수
"학업성취, 수능順 아니다" … 지방 출신 성적 우수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3.10.3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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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학업성취도 분석 보고서

 

대학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학업성취도(학점)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고, 내신성적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서울 강남 지역 학생들보다 제주도와 전남 출신 학생들의 학점이 월등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지난 20일 한양대로부터 입수한 ‘최근 5개년 한양대생의 특성 및 학업 성취도와 주요 요인들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수능 석차의 일정 그룹 내에서는 학생간 학점 차이가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어 10%내 학생들 사이에서 학점차이가 크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학점은 전 학년 기간 동안 뒤쳐지는 양상을 보인다. 상위 4%, 상위 7%, 상위 10%에 속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4.5만점에 각각 2.77, 2.82, 2.81을 기록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현재 각 대학들이 수능점수에 따라 줄세우기를 한 다음 대학서열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리고 학생이 ‘일정 자격’만 획득한다면 대학 교육을 받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로써 지난 10월 13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서 제기된, 수능시험 점수제의 ‘등급제’로의 전환이 탄력을 받게 됐다.


내신성적이 학점에 미치는 영향이 수능성적보다 크다는 통계치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난 9월 8일 서울대가 발표한 2005학년도 입시안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당시 서울대는 내신비중 축소와 수능비중 강화를 골자로 하는 입시안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내신 1등급 학생의 평균학점은 2.88, 2등급 2.87, 3등급 2.79, 4등급 2.7, 5등급 2.69 등으로 내신성적에 따른 학점 차이가 확연하다. 이는 내신성적 중심의 학생선발이 더 합리적임을 보여주고, 공교육 부활과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고등학교 출신이 지방 출신 학생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들 지역 학생들은 전체 인원의 25.4%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수가 입학했지만, 다른 서울지역 출신들보다 학업성적이 낮다. 총 25개구 중 성동구(3.35)와 금천구(3.17) 지역이 가장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고, 강남구(2.72)와 서초구(2.67)는 각각 21위와 24위를 차지했다. 이는 ‘일류’학원 교육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제주도(2.99)와 전라남도(2.88) 출신 학생들보다 낮은 수치다.

보고서 분석을 담당했던 배영찬 교수(화학공학과, 전 입학관리실장)는 이에 대해, “강남지역 학생들은 이른 시기부터 자발적으로 공부해본 경험이 없는 데 반해, 지방 학생은 오히려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 스스로 공부하는데 익숙해, 자율적 학습을 강조하는 대학의 학업방식과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검토한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 김태수 교수(그리스도신학대 교양학부)는 “수능 시험은 어떤 변별력도 갖지 못한 소모적인 경쟁만을 목표로 시험인데도 대학서열화 덕을 보는 명문대학들이 앞장서 수능비율을 낮추지 않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능시험을 고교자격시험화하고,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내신 반영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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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2003-11-17 10:42:56
'대학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학업성취도(학점)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고, 내신성적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구절은 사실에 관한 언급이니 그대로 수용한다 해도, 이것을 놓고 "수능 시험은 어떤 변별력도 갖지 못한 소모적인 경쟁만을 목표로 한 시험이다."라고 한 김태수 교수의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평가 결과 어떤 검사와 어떤 검사의 상관계수가 높게 나왔다면, 그 첫 번째 해석은 '그 두 검사는 유사한 요인을 재고 있다.'가 된다. 그렇다면 대학 학점이 수능보다 내신과 상관이 높다는 한양대의 분석 결과도 일차적으로는 "대학에서의 시험은 수능 시험보다 내신 시험과 더 유사한 요인을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다.

'쉬운 공교육, 단순 암기 위주 내신 시험이 매년 수능 시험에서 재수생 초강세 현상을 되풀이해 일으키고 있다. 단답형 내신 시험에 길들여진 고3생들은 사고력을 요하는 수능 시험을 망치고, 사교육을 통해 수능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 재수생들은 시험을 잘 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쉬운 내신, 깊이 있는 수능의 차이가 재수를 '필수'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조선일보.2003.11.7.)라는 일간지의 분석을 일단 수용한다면, 한양대의 보고서에서 문제로 보아야할 것은 수능 시험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시험 문제와 학점'이다. 왜냐하면 대학 시험이라는 것이 '사고력'을 요하는 '깊이 있는' 수능 시험이 아니라 '단순 암기 위주', '단답형', '쉬운' 내신 시험과 더 유사하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