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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체제의 안착을 위하여
남북 평화체제의 안착을 위하여
  • 이혜인
  • 승인 2020.03.2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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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갱신, 화장하는 인민 | 저자 신국판 | 살림터 | 308쪽

강산이 세 번 변하면 이상이 현실화된다. 총을 내려놓고 DMZ를 평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의 풍경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초겨울 한반도는 꿈을 꾼다. ‘꿈’은 잠을 자는 개인에게는 하나의 몽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 실현 가능성의 최대치를 보여줄 수도 있다. 2020년 현재 사회주의적 이상과 민주주의의 미래가 대화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적 현실을 견인하고 있다. 그 현실은 지난 70여 년 이상 한반도를 장악했던 냉전과 적대의 이데올로그를 넘어설 이상화된 현실이다. 혼자 꾸는 꿈은 백일몽에 그칠 수도 있지만, 함께 꾸는 꿈은 실현 가능성을 가시화한다. 1989년 이래로 필자가 상상했던 ‘개인의 백일몽’은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나 미소를 지으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남북미의 정상에 의해 현실화되었다. 이제 유라시아행 철도를 예약하고 대륙을 횡단하며 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꿈같은 현실’을 기대할 때가 되었다. 바야흐로 남북이 함께 더 나은 내일의 공동체적 꿈을 모색할 때다. ('머리말'에서)

『감각의 갱신, 화장하는 인민』은 현재 김정은 체제의 북한 문학예술의 변화 양상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북한 문예 연구자들의 협력 연구를 통해 북한 문학예술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고 있는 저자들이 ‘남북문학예술연구회’의 이름으로 발간하는 일곱 번째 책이다. 1부 ‘김정은 시대 이야기의 원근법’에 담긴 6편은 북한 서사문학에 대한 인식을, 2부 ‘김정은 시대와 문화예술의 지향’의 6편은 북한 문화예술의 현재적 지향을 보여준다.

■ 김정은 시대 이야기의 원근법

김성수의 「인민의 사랑과 일상의 행복」은 최신 ‘실마리어’로 ‘우주시대, 조선속도, 만리마, 명작폭포’ 등의 표현을 주목하면서 평양 주민의 일상적 행복과 청춘남녀의 사랑을 형상화한 텍스트에서 정상 국가 인민의 평범성을 추출하여 한반도의 정서적 소통과 마음의 통합의 실마리를 읽어내고 있다.
오태호의 「사회주의적 이상과 현실의 균열」은 2012~2018년까지 북한 단편소설이 ‘강성대국 건설’과 함께 ‘인민생활 향상’을 주제로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모토 속에서 ‘김정일 애국주의’와 ‘김정은의 인민 사랑’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오삼언의 「‘사탕 알’과 변화된 일상」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농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이 반영된 소설작품을 주목한다.
오창은의 「정치 담론을 초과하는 북한 소설의 세 가지 풍경들」은 ‘낯선 문학’으로서의 북한문학의 이질성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자는 제안을 포함하여 북한문학계가 외면한 작품에 대한 적극적 의미 부여를 수행한다.
김민선의 「테크놀로지와 ‘멋진 신세계’」는 2014년 이래로 김정은 시대의 과학환상소설이 뇌파 통신에서 인공위성과 반중력 방어막, 유전자 변이에 이르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활약하는 과학적 환상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김은정의 「성노예 문제와 역사추리 서사」는 탐정소설인 전인광의 『네덩이의 얼음』 분석을 통해, 침략국과 피침략국의 인물들이 대면하여 ‘동아시아 성노예’ 문제를 전쟁 범죄로 확장시키고 있음을 주목한다.

■ 김정은 시대와 문화예술의 지향

이지순의 「시대감각의 토포스, ‘만리마’ 표상과 시적 전형」은 당문학이 북한문학의 정체성이라는 전제하에 만리마 시대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향한 시적 양상을 점검한다.
오태호의 「‘체제의 목소리’의 대변인적 재현」은 2017년 『조선문학』에 게재된 시편들을 통해 ‘김정일 애국주의’를 강조하던 북한문학의 표상이 점차 김정은의 지도력 예찬과 인민 사랑으로 방점이 옮겨가고 있음을 분석한다. 그러나 북한 시에서 배제된 ‘자아의 목소리’의 부활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체제의 목소리’를 이반하며 타자와 세계를 삐딱하게 응시하는 개인의 목소리가 복원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마성은의 「화장하는 여성과 시대 풍자」는 『아동문학』에 게재된, ‘봄향기’와 ‘은하수’ 등의 화장품을 소재로 한 동요와 동시를 분석하여 경공업 부문에서 제기되는 현대화와 국산화, 질적 제고를 통한 인민생활 향상의 구체적 양상을 분석한다.
천현식의 「모란봉악단과 음악정치」는 2012년에 출현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김정은 시대 음악 정치의 현재성과 방향성을 가늠한다.
홍지석의 「감각의 갱신과 화단의 세대교체」는 2012년 초 전람회에 출품된 선전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발걸음 따라 앞으로 척척척!>을 중심으로 ‘척척척’이 ‘천리마’에서 ‘만리마’로의 전환이자 ‘규모와 속도의 문화’로의 전환을 나타내는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기표라고 분석한다.
전영선의 「충정이라는 표상과 권력승계의 문화기획」은 예술영화 <백옥>의 서사와 미학을 주목하면서, 북한의 방송 언론을 통해 충정의 표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백옥’의 원형을 분석한다.


■ 남북문학예술연구회

남북문학예술연구회는 20명 내외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정례적으로 남북 문학예술을 공부하는 노장청 학자들의 연구모임이다. 2004년 11월, “특정 학연과 이념, 기존 학계와 제도권의 틀을 뛰어넘는 자발적인 북한 문학예술 연구모임을 만들자”는 취지(김재용과 김성수의 발의)로 월례 세미나를 진행하다가, 2007년 2월 21일 정식으로 창립하였다. 2020년 2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월 1~2회 정례 세미나 모임(북한대학원대, 이화여대, 건국대, 성균관대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 1~2회 북한 관련 학회나 국문학 관련 학회의 분과와 심포지엄 등에 세션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연구회의 공저로 『북한의 언어와 문학』(2006), 『북한문학의 지형도』(2008), 『북한문학의 지형도 2』(2009), 『해방기 북한문학예술의 형성과 전개』(2012), 『3대 세습과 청년 지도자의 발걸음: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학예술』(2014), 『전쟁과 북한 문학예술의 행방』(2018), 『전후 북한 문학예술의 미적 토대와 문화적 재편』(2018) 등을 상재하였다. 본 연구회는 문학,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북한 문예 연구자들의 협력 연구를 통해 북한 문학예술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글쓴이

김민선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김성수 ∥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김은정 ∥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HK부교수
마성은 ∥ 저장사범대학 아동문학연구센터 조교수
오삼언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수료
오창은 ∥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조교수
오태호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
이지순 ∥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 부연구위원
전영선 ∥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천현식 ∥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홍지석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초빙교수

■ 차례

머리말 | 남북 평화체제의 안착을 위하여

■ 1부 김정은 시대 이야기의 원근법

인민의 사랑과 일상의 행복 : 김성수
사회주의적 이상과 현실의 균열 : 오태호
‘사탕 알’과 변화된 일상 : 오삼언
정치 담론을 초과하는 북한 소설의 세 가지 풍경들 : 오창은
테크놀로지와 ‘멋진 신세계’ : 김민선
성노예 문제와 역사추리 서사: 김은정

■ 2부 김정은 시대와 문화예술의 지향

시대감각의 토포스, ‘만리마’ 표상과 시적 전형 : 이지순
‘체제의 목소리’의 대변인적 재현 : 오태호
화장하는 여성과 시대 풍자 : 마성은
모란봉악단과 음악정치 : 천현식
감각의 갱신과 화단의 세대교체 : 홍지석
충정이라는 표상과 권력승계의 문화기획 :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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