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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에서 '부담'으로...선거경쟁 눈에 띄게 줄어
'명예'에서 '부담'으로...선거경쟁 눈에 띄게 줄어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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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풍경: 학회장 선출에 나선 학회들

찬바람이 불자 한해를 마무리하려는 학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추계학술대회와 각종 기념행사의 한켠에서는 차기임원진을 선출하는 풍경들도 눈길을 끈다. 학회들은 보통 봄가을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뽑는데, 올해 가을정기총회는 9월부터 시작해 11월 초에 피크에 달하는 모습이다. 이미 선거가 끝난 곳부터 진행되는 곳까지 어떤 학자들이 출사표를 던졌는지 그 면면을 살펴보고 선거장 주변의 이모저모를 엿보고자 한다.

인문사회계열 학회 대부분은 회장임기를 2년으로 잡고 있어, 현재 학회장 선거를 진행하는 곳은 전체학회의 절반 정도 된다. 회장 임기가 1년인 학회는 다음해 회장을 미리미리 선출해 자칫 운영의 끈이 느슨해질까 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통을 잘 넘겨줘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장선출에서 여성학자 2인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국언론학회는 벌써 차기 회장을 선출했다. 이창근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가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와 박정규 한남대 교수와의 경선 끝에 당선됐다. 이 교수는 2005년부터 회장직에 임한다.

인문사회계열, '회장직' 단독 출마 늘어

현재 학회장 선거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국행정학회, 한국경영학회, 한국국민경제학회 등이다. 한국행정학회에서는 현재 김현구 성균관대 교수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 12월 13일 총회에서 가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국제경제학회도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단독으로 출마해 11월 20일까지 우편으로 선거용지를 회수하고 있는 중이다. 단독 출마일 경우 큰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을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경영학회도 회장선거에는 3/4분기가 몽땅 들어간다. 한국경영학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둬 까다롭게 진행하는 케이스인데, 회원 50명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와 이사진 등으로 구성된 공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후보자가 각각 출마한다. 후보추천에서부터 이의제기, 우편 선거, 개표에 이르기까지 장장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내년 1월말이 돼야 결과를 알 수 있을 듯. 한국국민경제학회는 11월의 정기학술대회에서 학회장 선거를 열 예정이다. 당일 입후보 신청을 받기 때문에 아직 누가 출마할지는 미지수. 한국노어노문학회도 11월 8일 총회에서 학회장 선거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예정자를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 학회들이 보통 1~2명을 추천받아서 단독입후보하거나 아니면 경선을 벌이는데, 예전만큼 치열한 느낌은 없다. 요즘 들어서는 현 임원진이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회장으로 출마해 주십사”하고 은근히 물밑작업을 벌이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 갈수록 회장을 자체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인문사회계열의 학회는 다소 양분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규모가 있는 모학회의 경우에는 회장직을 희망하는 회원들이 많지만, 지방이나 소규모학회의 경우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다. “회장이 되고 난 이후 학회후원금을 끌어오거나 행사를 벌이는 일 자체가 회장이라는 명예를 넘어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유다.
요즘은 메이저학회에서조차 회장직을 고사하는 경우를 자주 찾을 수 있다. 지난 1~2년 사이에 단독 출마가 부쩍 늘었다. 일례로 지난 5월에 김인기 중앙대 교수를 회장으로 선출한 한국경제학회는 정관을 바꾸기까지 했다. 경선에 대한 조항만 있었기에, 단독 출마의 경우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보충한 것이다.

이공계, 지원자도 많어 절차도 까다로와

덩치가 큰 학회들이 많은 이공계는 인문사회 쪽과 분위기가 다르다. 학회활동이 모학회로 집약해 있기 때문에, 회장 선거의 규모도 큰 편이고 명예도 만만치 않다.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회장 임기가 1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공계 학회들은 짧은 임기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몇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거의 모든 학회가 회장과 수석부회장의 2인 체제를 선호한다. 수석부회장을 1년 역임하고 그 이듬해 회장에 등극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임원선거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수석부회장 선거다.

이공계 학회들은 회장선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는 듯 보인다. 대한가정학회는 지난 25일 이기영 서울대 교수가 2005년도 회장으로, 대한금속?재료공학회에서는 차기수석부회장으로 김도훈 연세대 교수를 선출했다. 대한화학회는 신국조 서울대 교수가, 대한지질학회에서는 김성균 전남대 교수, 한국곤충학회에서는 남상호 대전대 교수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창 후보자 등록을 받는 학회들도 있다. 대한전자공학회는 입후보 신청을, 대한전기학회는 11월 7일에 회장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생물공학회는 김정회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단독으로 출마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한지구물리학회는 11월21일 정기총회에서 학회장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소 까다로운 조항으로 회장선거의 공정성을 꾀하는 곳도 있다. 12월 또는 내년 1월에 회장선거할 예정인 대한토목학회는 간선제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 공정성을 획득하려고 하고 있다. 이사진, 평위원, 원로 참여회원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13명의 전형위원회를 선출한 다음, 전형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를 추천한다. 이들 후보 가운데서 회장을 선출하는데, 상대방이 막강 후보일 경우에서는 알아서 물러나는 경우도 있어서, 추대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임원 역임, 토목계 경력 25년 이상 등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과 전형위원회의 추천이 겸해져야 하기에 꼼꼼히 앞뒤를 살필 수밖에 없다.

반면에 대한기계학회는 조금 남다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발적인 움직임을 더 강조한다고나 할까. 올해부터 홈페이지에 ‘임원 및 위원 신청안내’ 란을 운영하고 있는 것. 학회 내의 각종 위원회 위원과 이사(임원) 등을 선임 때, 학회 학술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자 하는 회원들로부터 연중 수시로 신청을 받는 것이다. 마지못해 임원을 한다거나, 연구년을 맞아 해외로 나가버리는 임원이 많은 까닭에 구상해낸 자구책이었다. 본인 스스로, 다른 사람의 추천을 1년 내내 받았다가 선거날 회원 투표로 결정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라는 것이 양회관 사무국장의 평.
한국동물학회의 경우에는 회장단의 임기는 매년 9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다. 8월에 큰 학술행사를 열기 때문에, 행사 중심으로 임원진들의 임기를 조정했다. 선임 회장단이 일을 마무리 짓고, 차기 회장단이 다음 행사를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학회장 선거 어떻게 하나

학회장을 선출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신중지향형’. 회장선거를 치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직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 신청을 받고 우편을 통해 선거를 진행하는 가장 원칙적인 방법이다. 우편 발송 및 회수 등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규모가 큰 학회에서만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세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직접?평등 선거의 원칙에 의거하고 있는 것. 
두 번째는 ‘원로간택형’이다. 이사회 등 임원회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인데, 임원회가 회장으로 낙점하거나, 추천해서 입후보를 권유하는 것이다. 임원회에서 낙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추천만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학회 활동에 성실한 학회원을 적극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자만,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학교 출신들이 회장직을 독점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세 번째는 ‘번개불에 콩구어 먹는 형’이다. 정기학술행사와 총회를 겸하고, 총회 자리에서 즉석으로 자천?타천의 방식으로 입후보를 하고 출석한 회원들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후보 입후보에서 결과를 보기까지 2-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비용과 노력이 적게 들기 때문에, 중소학회에서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총회에 참가한 회원만이 투표권이 있기 때문에, 전체 의견을 수렴했다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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