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25 (화)
『경제와 사회』는 ‘왜’, ‘어떻게’ 쓰여졌나?
『경제와 사회』는 ‘왜’, ‘어떻게’ 쓰여졌나?
  • 이혜인
  • 승인 2020.03.20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와 사회 | 저자 우명동 | 도서출판 해남 | 374쪽

 

 우리는 현실에서 동일한 경제현상을 놓고도 그 현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나아가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에 따라 크고 작은 견해의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경제와 사회의 관계의 맥락에서 경제현상의 질서나 그 적절성이 사람들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파악되며, ‘왜’ 다르게 파악되는지를 보이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나아가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 각자의 입장은 그중에서 어느 입장에 해당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각자는 어떻게 경제현상의 질서를 파악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자 하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경제이론은 크게 보면 하나의 이론적 틀에 바탕을 두고 쓰여 있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행동원리를 설명하거나 경제 전체의 규모나 그 변화를 설명하는 경우도 크게 보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틀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다. 말하자면 사고자 하는 힘과 팔고자 하는 힘의 균형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불평을 자주 듣는다. 그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이론’이 잘못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독자들이 기존의 경제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일까?

먼저 ‘현실’이 잘못된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답하는 사람들은 현실의 경제주체들이 경제이론에서 상정하는 방식으로 경제행위를 하지 않아서 현실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대답은 ‘이론’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론이라는 것은 현실의 질서를 설명하는 것이지 현실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론’이 잘못된 것일까?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실의 질서를 설명하는 것을 ‘이론’이라고 하면 어떤 주어진 이론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미 이론의 자격을 갖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론’이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경제현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보면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이론이 특정 사회를 더 잘 설명해 낼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작업이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각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경제이론은 대부분이 동일하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나아가 어떻게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유사한 교재를 가지고 같은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 여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르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크고 작은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차이는 연구자 입장에서 연구 성과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기존의 이론 틀을 따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학문 풍토 속에서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주류의 경제이론의 틀을 학습하지 않을 경우 보게 될 현실적 제약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완고하다. 자신들이 학습하는 경제이론이 자신들이 경험하는 경제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어색하다는 사실을 느끼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경제이론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쉽지 아니하다. 그런 경우 오히려 학생들은 경제이론이 너무 어려워 자기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자책하기 십상이다. 심한 경우에는 경제학은 자신과 잘 맞지 않는 분야라면서 다른 분야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경제현상의 질서는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르며, 같은 시대 같은 사회의 경제현상이라 하더라도 그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르게 파악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이고자 하는데 그 뜻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경제이론이 다르게 제시된 데에는 먼저 경제이론의 대상으로서 ‘경제’ 내지 ‘경제행위(현상)’의 개념부터가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르게 파악된다. 그것은 주로 경제와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는 바탕으로서 사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한편 경제이론이 달라지는 것은 어떤 경제행위를 바람직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가치기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아가 경제활동의 결과 나타나는 경제적 성과가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르게 파악되며, 이러한 가치기준의 차이도 서로 다른 경제이론을 낳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경제현상의 질서를 설명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그러한 사회의 질서를 서로 다르게 설명하는 다양한 연구자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에서 경제현상의 질서를 설명하는 보다 적절한 이론을 찾는 작업은 어떠하여야 하는지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제기하는 경제이론에 대한 연구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이 책과 다른 견해가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어느 특정 이론을 주장하는 논자들도 어느 이론이 주어진 특정 사회를 설명하기에 더 적절한지를 끊임없이 더불어 고민하고 찾아가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