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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모자에 청바지 차림, 푹 빠져 드는 '사례위주' 수업
카우보이 모자에 청바지 차림, 푹 빠져 드는 '사례위주' 수업
  • 길미주
  • 승인 2003.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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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명강의: 송계충 충남대 교수
 

길미주(충남대 회계학과 3학년)

 

엄해 보이는 인상과 왠지 모를 카리스마에 주눅이 든다. 한 학기 내내 말 한마디 못하고 교수님 목소리만 듣고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런’ 수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정원이 90명인 강의실에 학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앉아있다. 어떤 학생은 옆 강의실에서 책걸상을 끌어다 앉기도 한다. 당연히 수업을 듣기 위해서지만 개강 첫 수업풍경이기에 조금 낯설다. 보통 개강 첫 주는 강의변경기간이라 학생들이 거의 없는 데도 말이다. 송계충 교수님의 ‘경영학 원론’ 시간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그저 그런’ 수업에 대한 예상은 하나 둘 씩 깨져 나가기 시작한다. 카우보이 모자에 청바지, 가끔씩 가죽 자켓을 입는 교수님의 복장은 근엄한 인상과 카리스마를 단 번에 날려버린다. 여기에 재치 있는 말투, 위트 있고 농담 섞인 수업 방식은 한 학기 수업이 흥미진진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송 교수님의 수업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종의 ‘쇼맨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교수님의 수업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례위주 수업’이다. 교수님은 언제나 "단순한 지식을 현실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경영학을 배우는 가장 큰 목표"라고 말씀하신다. 이런 의도에서 여성교육, 취업문제, 성희롱, 공기업 구조조정 등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경영학의 범주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은 강의를 들을수록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지나쳤던 사소한 일들이 경영학이라는 학문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90명이나 되는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시도되는 ‘토론식 수업’은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학생들이 많은 관계로 토론은 조를 중심으로 움직여진다. 조가 편성이 되면 각 조에는 과제가 부여되고, 개별 토론을 진행해 토론을 요약 정리하는 보고서를 교수님께 제출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이 보고서를 학생들에게 발표하고 주제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한다.

 

물론 수강인원이 많기 때문에 토론과정이 약간 산만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수업 방식의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서는 흘려 들을 수 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발표 주제 역시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소재나 이슈들이어서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궁동 상가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나 음식을 예로 든 BCG매트릭스’, ‘이랜드 초창기의 중저가 여성복 판매’를 통한 원가우위 전략, ‘OK SK'의 고객만족, ‘IMT 2000의 수요를 통한 델파이측정법’ 등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소재들이다. 특히 지난해 월드컵이 한창일 때에는 ‘히딩크감독과 리더쉽경영’을 발표주제로 삼아, 학생들의 관심은 최고조였다.

 

하지만 이 수업에 학생들이 더욱 경청하는 이유는 교수님의 ‘수업준비에 대한 열정’이 학생들에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 교수님은 신문 및 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어 이를 수시로 전공수업시간에 토론에 부치는데, 언제나 학생들보다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기사를 꼼꼼히 읽으신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 열의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 위주 수업, 토론식 수업, 교수님의 열정 이외에도 학생들이 ‘명강의’ 교수님의 강좌를 수강하려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에 누구보다 열심이시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활성화하고 이메일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과 고민을 들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가급적 학과 술자리를 많이 참석해 재치 있는 말투와 털털하신 성격으로 많은 학생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하신다.

 

사실 교수님의 이러한 노력이 교수님 뿐만 아니라, 그 수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교수와 강좌에 대한 정보가 이미 수업을 들었던 선배나 친구의 입을 통해서 나오고, 그것이 때때로 편견으로 가득 차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교수님의 노력은 상당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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