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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불법 복제도 처벌 사례 남겨야
디지털 불법 복제도 처벌 사례 남겨야
  • 장성환
  • 승인 2020.03.1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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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출판이 교육 경쟁력이다】 ③클릭 한 번 으로 범법자? 디지털 복제와 북스캔

2018년 온라인 불법복제물 4천804만 개, 2억 1천만 원 규모
온라인 강의 시대 오는 만큼 제대로 된 대책 세워야

코로나19 사태로 대학가에 급작스레 온라인 강의 바람이 불면서 출판업계가 한숨을 쉬고 있다. 대학생들이 교재를 불법 복사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온라인 강의 교재의 텍스트를 불법으로 복제하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복제는 그 특성상 정확한 통계나 피해를 파악하기도 어려워 출판사가 적절히 대응하거나 보상금을 분배 받기 힘들다. 게다가 향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온라인 강의 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판업계가 디지털 복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교재 불법 복사라고 해봐야 종이책을 복사하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디지털화된 도서를 볼 수 있는 수단이 기껏해야 데스크톱 PC 정도가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파일을 볼 수 있는 휴대용 기기는 두꺼운 전공 교재와 맞먹을 정도로 무거운 초기형 노트북이 고작이었고, 2000년대 초반 PDA가 등장했지만 매우 느리고 해상도가 낮아 활용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고 가벼우면서도 PC와 맞먹는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휴대용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종이 교재를 보는 대신 태블릿 PC에 교재 디지털 파일을 담아 공부하는 학생이 늘어났고, 이제는 오히려 종이 교재 쓰는 학생을 찾는 게 더 힘들어졌다. 여기서 문제는 학생들이 교재의 디지털 파일을 불법으로 구매해 쓰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가 근처 복사가게를 가보면 올해 신설된 강의를 제외한 모든 교수의 강의 교재 파일을 가지고 있어 정식 교재보다 저렴한 가격에 파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제는 대학생들도 불법 디지털 파일을 구매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는 윤 모(26)씨는 “종이 교재가 비싼 건 둘째 치고 그 책들을 다 가지고 다니기 너무 무겁다. 요즘에는 태블릿 PC의 기술이 발달해 전용 펜으로 자유롭게 필기할 수 있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며 “게다가 디지털 파일로 사는 게 정식 종이 교재를 구매하는 거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이나 실용적인 면 모두 이득이다. 우리 같은 대학생들은 불법성 여부보다 이러한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이 교재를 디지털 기기로 불법 복제하는 북스캔도 거듭 진화하고 있다. 과거 스캐너 장비로 불법 복사하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깔면 누구나 북스캔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북스캔 앱을 활용하면 불과 10여 분 만에 책 한 권을 복사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책을 펼친 양쪽 페이지가 두 페이지로 자동 분류돼 저장되며 보정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파일은 개인들 간에 쉽게 교환할 수도 있다. 종이책을 살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2019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도의 온라인 출판 불법복제물 유통량은 약 4천804만 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온라인 불법복제물 유통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유통량에 출판 불법복제물 유통가격을 적용해 산출한 시장규모는 약 2억 1천만 원으로 2017년 1억 4천만 원 대비 4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경로별로 살펴보면 ‘웹하드’를 통한 유통량이 약 1천142만 개(2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토렌트’가 약 1천78만 개(22.4%), ‘포털’이 약 1천30만 개(21.4%), ‘P2P’가 801만 개(16.7%), ‘모바일 앱’이 754만 개(15.7%) 순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온라인 출판 불법복제물 유통경로 시장 비중을 보면 2014년에는 포털의 시장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2015년에는 웹하드, 2016년에는 토렌트, 2017년 이후에는 다시 웹하드의 시장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모바일 앱 시장의 비중이 대폭 늘어난 반면 토렌트의 시장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러한 온라인 출판 불법복제물을 줄이고 디지털 복제와 북스캔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작권법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순재 한국학술출판협회 부회장(한올출판사 대표)은 “현재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이 교재 불법 복제에 대한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효과가 없다”며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불법 복제를 한 학생이나 복사가게 주인을 강력히 처벌해 본보기로 삼을만한 사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는데 현 시대에 이러한 사고방식은 모든 창작 행위를 죽이는 생각”이라며 “교수와 대학생들이 교재 불법 복제에 대해 굉장히 큰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 교수, 대학생 등 사회 전체가 노력해 디지털 복제를 포함한 교재 불법 복사가 중대 범죄이므로 절대 하지 않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학생이 복사가게에서 책 한 권 전체를 복사해 달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복사가게 주인은 이러한 요구를 받았을 때 책을 복사해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만큼 출판물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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