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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회의연구비 차등 지급·지역 인프라 구성 등 봇물터진 대안들
전문가 회의연구비 차등 지급·지역 인프라 구성 등 봇물터진 대안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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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쟁점]과학기술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연구지원 확대방안

2001년도를 기준으로 정부연구개발예산 4만4천853억 중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학에 지원한 금액은 고작 3천807억. 전체예산의 8.5%에 불과하다.
어디 그뿐인가.
국가연구개발비의 75%, 연구개발인력의 68.5%, 연구개발조직의 72.1%가 수도권과 대전에 집중돼 과학기술분야의 지역간 불균형은 이미 심각한 상태를 넘어섰다. 지방분권문제가 시대적 화두인 지금, 과학계에서도 지방대 연구 지원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고르게 지역 안배, 의견 수렴 시도

지난 11일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는 새정부의 공약사항인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과학기술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연구지원 확대방안 전문가 회의’를 마련했다. 최석식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비롯해 연구개발담당자 9명과 함께, 이진국 부산대 교수(고분자공학), 이상룡 경북대 교수(기계공학), 이철균 인하대 교수(화학공학), 김진혁 전남대 교수(신소재 공학), 이계호 충남대 교수(화학), 김선규 울산대 교수(금속공학), 김영호 수원대 교수(전자재료공학), 권오흠 관동대 교수(정보통신공학부), 윤상원 영동대 교수(산업정보공학), 김봉진 단국대 교수(산업공학), 양문식 전북대 교수(분자생물학), 박창언 목포대 교수(기계공학), 남두현 영남대 교수(약학), 윤조희 경남대 교수(환경공학), 양영오 제주도 교수(수학)등 지방대학교수 15명이 참여했다. 서울지역에서는 이동수 서울대 교수(의학)가 참가했다. 과기부가 고르게 지역 분배를 하고, 지방의 소리를 반영하는 시도를 한 것만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다양한 관점과 입장이 분분했지만, 결론은 명쾌했다. 지방대에 연구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과 인력수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현재 대부분의 연구비는 교수의 업적 평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진현 교수는 “가난한 집에서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느냐”라며 “지방대학에 서울의 유수한 대학과 똑같은 조건을 제시하면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교육·산업 여건·연구 조건 등의 전체적인 인프라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과 같은 수준의 연구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따라서 연구비 지원에 대해서는 차등적인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과기부 사업 과제선정 또는 평가시 지방대에 가산점을 주거나,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간 및 지역내 대학가 우열을 감안한 체급별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획일적인 평가 방법이 불러오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쌓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비 확대를 위해 지역산업과 연계된 대형과제를 발굴해 지방대를 지원하는 방안과 지방협력연구센터, 지역기술개발용역사업 등의 과제수 및 연구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인력없어 과제 수행 못해”

한편, 이계호 교수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없어 연구과제를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라며 지방대 인력수급문제 해결의 절실함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두뇌 한국21 등의 국책사업이 지방대를 힘들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원 신입생의 타대생 할당제가 지방의 우수한 인력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가장 큰 요인이 돼버렸다는 것. 따라서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잡을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됐다. 기업에서 부담하는 연구비를 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의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졸업 후 그 기업에 취업하는 방안, 정부출연(연) 분원을 지방에 설치하거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안, 지방대에 병역 특례 제도를 도입할 것 등 지역인재를 유치하는 하는 방안들이 바로 그 예이다.

그러나 연구비 지원, 인력수급문제 역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방대를 졸업한 학생들의 미취업 사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계호 교수는 “지방에 산업이 없으니 서울로 갈 수밖에 없고, 이공학 석·박사를 마친 학생들이 갈 곳이 없는데, 누가 공부를 하러 오겠냐”라며 속내를 털었다. 결국 지방대 연구지원 방안 역시 지역 분권과 지방 내의 인프라 구축과 무관하지 않다. 즉 지역 내부의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인재를 소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기반이 확보되지 않는 한 지방대 인력 수급 문제는 적정한 해결책을 찾기 힘든 것이다. 

이상룡 경북대 교수는 “정부 기관에서 개최하는 대부분의 회의가 자신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토론회 역시 제대로 의견이 반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수도권 집중화를 문제삼은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토론 결과 역시 전혀 새롭거나 획기적인 방안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느끼는 차별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심정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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