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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호]“진보진영 권력 비판기능 유지해야”…정체성 논의 활발
[260호]“진보진영 권력 비판기능 유지해야”…정체성 논의 활발
  • 이지영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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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연-학단협, 방향성 설정두고 고민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진보 학술운동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많은 진보 인사들이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와중에, 진보 학술진영에서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관련기사 9면>

지난달 7일부터 사흘동안 열린 사회포럼에서는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더니, 같은 달 19일에 열린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토론회에서는 학술운동의 정체성 문제가 화두로 제기됐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발표문 ‘변화 속의 지식인 운동과 학술운동’에서 “권력을 참여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과 감시의 대상으로 재설정하면서 비판적 진보진영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역시 최근 참여사회연구소와 대구사회연구소(이하 대사연)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박 교수는 “어떤 정권이든 간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는 평소 생각과 다르게 진행되는 움직임에 회의를 느껴 사퇴했다”라고 밝혔다.
학단협과 대사연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된 것은 불과 몇 달 사이의 일이다. 개혁을 표방한 새정부의 의도에 따라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이들 단체 소속 교수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대환 인하대 교수(경제학), 권기홍 영남대 교수(경제금융학부),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이종오 계명대 교수(사회학과), 정태인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교수 등이 학단협과 대사연 출신의 인사들이다.

진보진영의 정치참여를 지지하는 쪽의 입장 역시 분명하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학자마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다르겠지만, 현실 정치에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치참여를 통해 진보진영의 의견을 정책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기 대사연 소장(경북대 경제학) 역시 “개인의 정체성과 단체의 정체성은 별개의 문제이며, 개인의 정치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92년 문민정부 이후, 진보진영의 정치참여가 점차 늘고있는 가운데 이들이 공통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방향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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