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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리뷰: 성철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국제학술회의
학술대회 리뷰: 성철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국제학술회의
  • 김종명 영산대
  • 승인 2003.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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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다원주의, 현대적 의미 놓쳐

김종명/ 영산대 불교철학

성철스님 열반 10주기를 추모하여 ‘깨달음의 문화적 지평과 그 현대적 의미’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16일부터 양일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이 학회의 목적은 ‘깨달음’의 개념을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그것의 현대적 의미를 모색함으로써 현대 문명의 분절적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하는데 있었다. 이 학회에서는 8개국 12명의 학자들의 논문이 발표됐다.

8개국 12명의 학자들이 논문 발표

발표논문들은 크게 지역별 선사상을 다룬 논문과 선과 유교, 도교, 기독교, 인지과학, 철학, 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의 전통과 비교한 논문으로 나눌 수 있으며,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I분과에서는 ①퇴옹 성철의 깨달음과 실천 방향, ②성철스님의 돈수론, ③중세 베트남의 돈오와 남종선, ④선 수행과 깨달음, ⑤집착 없음을 지향하는 경전 읽기와 깨달음이 발표됐다. ①과 ②는성철의 돈오돈수론의 긍정적 의미를 살폈으며, ③은 13세기 돈오론의 역사적 전개의 한 중요한 예를 보여 줬다. ④는 중국 홍주종의 가르침과 그것의 현대적 의미 검토를 목표로 했으며, ⑤는 동양철학사상사에서의 ‘집착 없애기’의 중요성을 검토했다. 제II분과에서는 ①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대한 카말라실라의 견해, ②깨달음: 내재적인 것인가, 주입된 것인가, ③징관 철학에서의 수행과 깨달음이 발표됐다. ①은 8세기의 티벳 승려 카마라실라의 수행관을 소개했으며, ②는 신학 등에도 불교의 돈점 논의와 유사한 형태의 논의들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돈오론 일색의 성철 사상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였다. ③은 중국의 징관의 수행모델을 검토하고, 그가 중요시 한 것은 돈점이 아니라 수행이었음을 주장했다. 제III분과의 발표 주제는 ①선종과 송원시대 도교, ②선의 신비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③깨달음과 과학문화, ④깨달음이란 개념은 변화하는가 였다. ①은 선불교가 송원시대 이래의 도교를 성립시키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을 주장했으며, ②는 선과 포스트모더니즘과의 비교적 시각을 통해 참선의 중요성 검토를 목표로 했다. ③은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의식의 본성에 관한 논의는 불교의 연기설과 부합함을 강조했으며, ④는 초기불교와 우파니샤드의 깨달음의 개념을 비교 분석하고, 깨달음의 의미는 이론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차이에 따라 변함을 주장했다.

이 학회의 주제는 시의 적절했다고 보며, 발표된 상당수의 논문들도 깨달음의 의미를 다양한 문화적 지평에서 검토하고 있어, 이 학회의 주제와 일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II-②와 III-②③④의 논제들은 앞으로도 이 학회의 주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원론적 수준이나, 사견적 견해에 치우친 경우(I-①②, II-①, III-①), 논문의 저자들이 의도한 일부 내용이 논의되지 못한 점(I-③④, III-②③), 상당수의 논문들이 깨달음의 현대적 의미에 대한 논의를 간과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학회의 공식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였는데, 주최측에서 동시통역을 시도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기획 및 운영면에서의 아쉬움도 있었다. 학술대회가 특정인 현창 사업의 일환이 돼서는 안될 것이란 점과 투자비의 생산성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이 학회 발표자의 대부분은 외국 학자들이며, 그들에게는 왕복항공비, 특1급호텔 숙박비, 식비, 논문발표비 및 해인사 등으로의 여행도 제공되었다. 그러나, 이 학회의 청중들 중 전문학자들이나 대학원생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발표자와 청중들 사이의 심도 깊은 토론이 전개될 수 없었음은 큰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논평자의 구성이 특정 대학교 학자들로 치우쳐진 점, 학회 때의 일부 시간 조절의 미숙, 동시통역용 리시버 수의 부족, 산만한 학회장 분위기 등의 문제도 향후 개선돼야 할 점들이다.

'불교 성격' 논의의 폭 넓히는 것이 과제 

앞으로 ‘불교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진부한 주제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불교는 현재 국내에서 ‘종교’로만 규정되어 있으며, 그 내용도 기복종교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 산물일 뿐, 부처의 원래 가르침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국불교의 정체성 문제와도 관계될 뿐 아니라 이 학회의 주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깨달음’이란 개념도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국내 학계와 불교계에서는 불교의 목표를 깨달음에 두고 있지만, 그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행의 범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현재 한국불교계에서의 수행은 간화선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행의 개념은 더욱 넓게 해석돼야 할 것이다. 이런 주제들이 더 심층적으로 논의될 때, 깨달음의 현대적 의미도 더 구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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