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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정치학 50년'
한국정치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정치학 50년'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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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50년사 정리…반성적 분석과 성찰 아쉬워

지난 17일 프레스 센터에서는 '한국정치학 50주년의 회고'자리가 마련됐다. 1953년에 출범한 한국정치학회(회장 신명순 연세대 교수)는 16일부터 이틀 동안 5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진행했는데, 첫날에서는 '한반도 문제와 새로운 협상 패러다임' 등 굵직굵직한 주제들을 가지고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이튿날에는 50주년을 회고하는 자리를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1천쪽 분량의 '한국정치학회 50년사'도 발간했다. 이 책은 지난 3년간 1억여원의 예산을 들였다.

대회 마지막날 열린 '50주년 회고'의 자리는 '한국정치학회 50년사'의 집필에 참여했던 교수들이 발표를 맡는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정치학회 50년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집필됐다. 지난 50년간 한국정치학회 학자들의 연구경향을 총론, 동양정치사상, 서양정치사상, 정치이론 및 방법론 등 8개 분야로 나눠 분석한 논문 8편과 1950년대와 1960년대, 1970년대와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세 시기로 나눠 회원들이 나눈 좌담회의 기록으로 나뉜다. 정치학사를 종횡하겠다는 시도였다. 그밖에도 '한국정치학회보'의 논문 목록, 전임회장들의 학회활동 회고, 한국정치학회 지회들의 창립과 활동, 한국정치학회의 국제교류활동 등이 포함돼 사료로서의 역할도 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적 정치학'이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현실정치를 본격적으로 논할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미국식 정치학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식민지성이 뿌리깊게 자리잡았다는 익숙한 아쉬움이 자주 터져 나왔다. 특히 국제정치학사를 정리한 김용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국제정치학계의 특징은 기초연구의 축적 없이 정책연구에 집중하는 것이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더불어 "국제정치학의 과제는 학문세계의 '중심'과 '주변'의 문제를 재정립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제관계조차 미국의 연구와 관점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보내는 학계선배의 메시지였던 것.

그러나 한국정치학회가 지금까지 학문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파겨적인 내부 개혁을 시도한 것에 비하면 5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은 미진했다. '한국정치학회 50년사'에 실린 논문들은  전체적으로 각 분야의 50년 '연구동향'을 단행본 성과물 위주로 특징을 서술하고 정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구방법별, 대상시기별, 대상주제별 연구의 종류가 일사분란하게 망라됐다는 자료적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돼야 할 것이지만, 50년사에 가늠할만한 높이의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논의들이 전체적으로 나열적이고, 장별 구성도 시기별, 연구방법별로 묶여져 있어 너무 구획적이란 느낌을 줬다. 냉철하게 학계의 공과를 매기기보다는 단순한 기록과 회고가 실제로 많았기 때문이다. 학회의 대미를 장식했던 '한국정치학 50년의 회고' 역시 간극을 메우지는 못했다. 50년사의 내용을 반복했을 뿐 더 나아간 논의를 찾을 수 없었을 뿐더러, 젊은 학자들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기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자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50년사 집필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노고는 인정하지만, 학계의 공통된 화두를 던지고 차후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는 미진했던,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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