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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정보: 학술대회 개최비용 절감의 노하우
학회정보: 학술대회 개최비용 절감의 노하우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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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 지역시설 이용…홈페이지 알뜰 활용
학술대회를 준비하다보면 경비만큼 골치 아픈 문제는 없다. 3-40명으로 구성된 작은 학회라면, 대학 내의 작은 강의실이나 소강당을 빌리면 되지만, 대형 학술대회의 경우는 장소 선정에서부터 행사 진행에 이르기까지, 늘 예산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야 한다. 장소의 예를 들어보자. 대학의 강의실을 빌릴 경우에는 그 비용은 무료에 가깝지만, 서울 시내의 특급호텔에서는 대관료를 받지 않는 대신, 식사/숙박/리셉션 등으로 하루 1천5백만원 정도의 매출은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코엑스의 아셈홀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빌리는데 드는 돈은 2백45만원. 거기다 분과회의를 위한 강의실 하나당 사용료가 적게는 10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40-50만원에 이르니, 하루 종일 대여섯개의 강의실에서 분과토론이 2-3일 동안 열린다면, 장소 대여료의 규모는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대학기관, 지역 시설 이용하는 곳 늘어

비용차이에도 불구하고 외부 시설을 이용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교내 공간을 빌리기 어렵기 때문. 휴강이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 때문에, 평일날 대학 강의실을 동시에 여러 곳을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반면에 회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회에 참석하는 것을 기피하다 보니, 목요일과 금요일에 학술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외부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장소의 편의성 때문이다. 호텔이나 잘 알려진 컨퍼런스 홀은 대중 교통이 가깝고 행사진행을 위한 각종 시설이 구비돼 있기 때문에, 예산의 여유가 있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고급스러운 공간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외홍보와 나름의 ‘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국제행사나 창립행사 등을 기획할 때면, 차라리 리셉션과 식사를 화려하게 제공하는 편이 낮다는 계산 때문이다. 지난 16일부터 이틀동안 부산 벡스코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 대한화학회(회장 심상철 경북대 교수) 역시 “이공계 위기 해결을 고민으로 앉고 있어, 단순히 학회만의 행사가 아니라, 대중적인 행사로 만들기 위해 벡스코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회들은 경비절감을 위해 발품을 판다. 가장 손쉬운 대관료가 저렴한 곳을 찾는 것. 겨울방학 때마다 2박3일 동안 숙식을 같이 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한국영어영문학회(회장 이영옥 성균관대 교수)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대전의 유성관광호텔. 관광호텔이기는 하지만 숙박을 할 경우에는 세미실 사용이 무료인데가 단체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서,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보다는 행사진행비가 적게 나온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전국의 교수들이 용이하게 모일 수 있다는 지역적 이점과 비교적 세미나실 및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이처럼 숙박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공립대학의 게스트 하우스나 경주 교육문화회관 등의 지역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대한교원공제회 산하에 있는 호텔과 콘도를 이횽하면 숙박비의 20-7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지방에서 행사는 열 경우는 해당지역의 단체를 적극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역발전에 관련된 주제라면, 지방의 지방자치단체서 지원을 끌어올 수도 있다. 국제학술행사일 때는 인근기업/재단등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도 방법. 단체의 입장에서는 인지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부설 컨퍼런스 홀을 이용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학술행사를 전문적으로 지원한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화여대 교육문화회관의 경우, 홀과 강당, 강의실 등을 갖추고 있어서 1년에 1백-1백50회 정도의 학술행사가 열리고 있다. 주중과 주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4백석 가량의 좌석이 있는 메인홀의 하루 대관료는 85만원. 프로젝터, 마이크, 컴퓨터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이용이 증가하는 주체다.

행사의 스타일을 바꾸어 가며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3-4개의 학회가 연합하는 경우가 그렇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유정희 씨는 “학회차원에서는 대관료 및 행사진행비의 부담을 절감할 수 있고, 관련 후원업체에서 지원을 끌어오기 용이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문적 문제의식의 공유라는 일차적인 목표달성 이외에도 효율성 강화는 부가적으로 따오는 것.

외국에서는 참가비를 받음으로써 경비를 절감하기도 한다. 참가비에 숙박․식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고, 운영진 측에서는 단체요금으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 대학 내의 기숙사․게스트 하우스 등의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에 가능한 점이기도 하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발제문을 파는 경우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참가비를 받는 학회가 많지는 않다. 박상진 부산외국어대 교수(이탈리어문학)는 “내실 있는 학회의 경우 참가비를 내도 아깝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만큼 자신있게 학회를 운영하거나, 또 적당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풍토는 자리잡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메일 활용 부대비용 줄이기 안간힘  

이밖에도 행정절차를 간소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한국물리학회(회장 황정남 연세대 교수)의 경우, 학술대회 공지에서, 일정발표, 논문접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이메일과 홈페이지를 통해서 해결한다. 일반우편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5-6년 전에 처음 온라인 공지를 시작했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는 회원들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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