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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 양질의 학술지가 되려면
연구정보 : 양질의 학술지가 되려면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10.2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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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심사 제도화 중요...투고자 비용부담 개선해야

'과학재단' 10월호에 눈길을 끄는 글이 하나 실렸다. '논문 10%만 고쳐써라'를 펴낸 김형순 순천대 교수(재료공학)가 국내 자연과학 분야 학술지가 SCI나 SCIE에 등재되는 전단계로 양질의 논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고 체질개선을 해야 하는 지 그 방법론을 제시한 것.

이 글에 따르면 현재 학진 등재학술지 중 SCI에 등재된 국내학술지는 총 7개지로 전체 2%를 점유하고 있다. 그 전단계인 SCIE 등재는 23건이다. 예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거라 한다. 이걸 1%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 학술지 담당자들은 연구자들이 어떤 기준 아래 논문을 투고하는지, 그 추세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체적인 투고 기준은 ▷높은 영향지수와 평판도, ▷넓은 배포범위와 빠른 출판일, ▷용이한 투고방법과 친절한 서비스, ▷객관적이고 엄정한 심사, ▷저렴한 구독료, 기본인쇄물 무료배포, 인터넷상 무료이용 등의 순서로 대강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공정한 심사와 연구자 비용부담 부분에서 국내 학술지 편집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

논문 게재료를 보면 현재는 페이지당 평균 3∼5만원을 부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감사의 글'에도 5∼10만원의 요금을 부가한다고 한다. 대학이 게재비를 지원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이런 요구 앞에서 많은 3∼40대 유능한 연구 주자들이 해외잡지로 눈을 돌린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잡지에는 "약간 부족한 논문, 중복된 내용, 습작" 등을 투고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당장 학회의 재정부담이 해소되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술지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심사에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경우 "박사과정생의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심사에 대한 불평이 팽배해있다. 그리고 투고된 원고의 질적 면에 대해선 언급도 없이 표현기술적인 면만 보는 심사가 의외로 많다.

김 교수가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지인 한 학술지의 1년간 논문심사평을 조사한 결과 44.6%의 심사평이 반 페이지 분량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자잘한 형식은 카피 에디터를 따로 둬 심사원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일반적인 심사사항을 상세히 기술한다든지, 기술적·질적 차원으로 나눠서 한다든지, 논리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 강화해 '게재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필요한 항의와 반목'을 줄여나가는 등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논문투고자, 심사위원, 편집장 등 학술지의 3주체에게 보내는 충고메시지도 유용한 정보가 된다. 학술지의 질적 향상을 위해 투고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논문(Article)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단신(Letter)은 단신대로 투고하는 솔직함과 학문적 정직성이다. 심사위원에게는 ▷실질적 심사 및 편집 윗선과의 신속정확한 의사소통이 시급하며, 편집장에게는 ▷논문심사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과학적 심사의 제도화 기틀을 다지는 것이다.

하지만 양질의 학술지를 만들기 위한 게재료부담 약화, 심사의 과학화 등의 조건들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추상적인 측면도 있다. 이런 여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SCI가 어떤 등재의 원칙을 가지고 학술지를 가려내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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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2003-10-29 11:08:34
양질의 학술지가 되려면 하는 논제를 왜 SCI와 접목합니까?

현재 저는 외국에 있습니다만, 국내 교육 연구관련의 시각에 문제가 보일때마다 언제나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SCI기준을 학문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절대기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군요.

SCI는 미국의 민간통계회사 ISI가 필요에 따라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학술지 자체를 평가한 것일 뿐입니다. 그속에 든 논문의 질을 평가한 것이 아니고요..

국내 수많은 곳에서, SCI의 허구성을 토론한 바가 있고, 심지어 교수신문에서도 SCI라는 기준이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기사를 여러차례 실어 놓고서는, SCI가 절대기준이라는 시각을 가진 이같은 기사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저는 SCI 기준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습니다.
농구 선수를 선발해야겠는데, 혹은 그의 실력을 평가해야겠는데,
평가할 기준이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체중계가 보이더라 이거지요.
키가 크면 몸무게도 많이 나갈거라는 안이한 생각에
우선은 몸무게를 재어서 농구 선수를 선발하자는 방침,
이것이 오늘날 한국에 있어서 SCI기준이라는 엉뚱한 자를 남용하는 엉뚱한 연구평가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에서 몸무게 재는 방식(SCI)을 선호하고 그 방식을 애찬하는 선수들(연구자, 교수)은 자신들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궁여지책으로 학계에서 처음 한 두번은 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고육지책이라 생각되어 한편 이해가 가지만, 언론 마저 이를 부추겨 왜곡된 평가 기준이 계속되도록 부축이고 있는 것은 문제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