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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뮤직톡] 감법주의와 가법주의를 통한 중요하고도 소중한 가치 실현
[동서남북 뮤직톡] 감법주의와 가법주의를 통한 중요하고도 소중한 가치 실현
  • 교수신문
  • 승인 2020.02.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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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3요소와 안전 경영

필자는 에너지회사 재직 시 안전 관리 담당 임원을 역임한 적이 있다. 안전 관련 업무는 평소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다 대형사고가 나면 집단의 존립과 연계될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교수신문사가 발표한 작년 한 해를 묘사한 화두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안전 관리는 이처럼 조직과 운명을 같이한다. 금년의 화두로 떠오른 두 단어는 ‘공정’과 ‘안전’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아무리 강조해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필자는 대학에서 위험관리론을 가르치고 교재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 관리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한 편이다. 

질적으로 수준 높은 안전 관리를 위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조직의 구성원들이 악착같은 마음을 가지고 자발적, 의욕적인 자세로 안전 관리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이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감법주의와 가법주의가 있다. 감법주의란 점수를 계산할 때 주어진 점수에서 하나씩 빼 나가는 방식이고, 가법주의는 하나씩 더해 나가는 방식이다.  

스포츠 경기 중 장애물 승마경기는 12개 장애물을 설치한 코스를 완주하여야 한다. 일정 시간 내에 장애물을 완벽하게 통과하면 총점을 유지하지만 시간 초과, 장애물 낙하, 낙마 등을 하면 감점을 당한다. 이처럼 주어진 총점에서 점수를 빼 나가는 방식을 감법주의라 하며, 양궁, 탁구 등과 같이 점수를 더해가는 방식을 가법주의라 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은 현장의 업무 성격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하는데, 바뀌어 적용되면 혼란을 가져와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수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조직에서는 감법주의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공장 설비 운영, 교통수단 운행, 보초∙순찰, 재무회계 업무, 계측, 실험 등이다. 담당자가 수칙을 어길 경우 무시해 버리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나 하나쯤이야 설마...,’,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주의태만이 반복되면 엄격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반면에 고도의 창의성, 자율성이 요구되는 조직에서는 가법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연구개발, 디자인 개발, 가정관리 등이다.

가정관리를 예로 들어 보자. 상상에서나 가능한 완벽한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 놓고 이와 비교하여 불평하게 되면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어렵다 (감법주의 적용 케이스). 반대로 작은 것 하나라도 성취함에 따라 기뻐하고 격려해 준다면 행복한 생활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가법주의 적용 케이스). 이에 더하여 옆집과 비교하면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

안전사고는 교통사고처럼 여러 요인이 겹치면 일어난다. 요즈음 설비장치는 웬만하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 삼중의 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으므로 (Fail Safe), 안전사고는 사람들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함에 따라 발생하는 인재(人災)가 대부분이다.

인재(人災)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안전 관리 담당자들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즉 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안전 관리가 많은 인명을 지키는 ‘소중’한 가치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일의 중요성을 평가할 때 소홀히 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를 생각해 보면 된다. 안전 관리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을 손실이 발생한다. 안전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고도 ‘소중’한 것이다. 막연한 낙관론은 위험천만이다.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초동대처 기회를 놓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안전 관리를 잘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더라도 결과는 사고가 나지 않은 평상시와 같아서 자칫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따라서 지도층이 일의 우선순위에서 소홀히 할 수 있고, 담당자들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지도층은 안전 관리 업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담당자들을 격려하며, 위로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듀퐁 연구에 의하면 개인이 주도적으로 안전 관리를 수행하면 위해 요인이 급격히 줄고 부처 간에 긴밀히 협력하고 일을 챙겨줄 때에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안전사고는 매뉴얼대로 일어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매뉴얼은 안전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므로 매뉴얼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가상 시나리오를 많이 작성해 두어야 한다. 이는 안전사고의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되며, 사고가 나더라도 초동 대처가 쉽고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안전 관리 업무도 창의성 발휘를 위한 가법주의가 동시에 적용되어야 한다. 한 쪽으로 치우치면 반쪽에 머물게 된다.

안전 관리와 음악을 연계해 보자. 음악 생활의 3요소는 작곡, 연주, 감상인데 작곡은 안전 관리 매뉴얼 작성에 해당되고, 연주는 안전 관리 담당자의 업무 수행에 해당되며, 감상은 안전 관리 업무가 적용되는 대상(사람, 설비, 운영 시스템 등)이 된다. 작곡가는 감동적인 곡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연주자는 청중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각고의 연습으로 기량을 향상시키고 열정을 다해 연주한다. 청중은 이를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이들이 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안전 관리도 음악생활의 3요소와 같이 최선을 다해야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며 앞서 이야기한 ‘중요’하고도 ‘소중’한 안전 가치를 실천하게 된다.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크는 “미래 기업은 오케스트라 같은 조직이라야 한다”고 하였다. 다양한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청중들을 감동시킨다. 안전 관리도 이처럼 고객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안전 경영’이란 말을 선호한다.

 

김형준 경영&뮤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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