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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반영 '기부자 관리' 주력…네이밍 기법 유행
경기침체 반영 '기부자 관리' 주력…네이밍 기법 유행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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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대학발전기금 현황과 과제-1. 대학발전기금, 어떻게 모으고 있나

IMF 외환위기 이후 대학가의 발전기금 모금 전략도 많이 변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액 기부도 예전 같지 않고, 대학재정 증가의 필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액다수 기부운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학마다 모금 실적이나 여건, 모금 방법들도 다양한데 대학발전기금 모금의 경향을 살펴본다.

대학가에서는 이미 '큰손이 사라진 자리를 개미군단으로 채운다'는 발전기금 모금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여건에서 대학들은 갖가지 묘수를 내놓고 있는데 요즘처럼 '동문'들이 대접받고 있는 시대도 드물 것이다.

사실, 각 대학이 취하고 있는 특색있는 모금 방법이나 캠페인 등은 동문이나 잠재 기부자들에게 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애정 공세'이기도 하다. 

'기부자 관리' 주력…"동문 의식 고취"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 조성보다 동문의식 고취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기부자 관리'에 역점을 두고 동문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 대학이 많다는 얘기다.

영남대는 올해 1월부터 '장학금 되돌려 주기 운동'을 시작했다. 재학시절 동안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는 1만여명의 동문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10월 현재까지 6백여명으로부터 5억여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했다. 이무석 대외협력팀장은 "되돌려 주기 운동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의 심정을 헤아리고 학교다닐때는 동문 자신도 '꿈이 많았다'는 점을 상기시켜 '기'를 살리는 의도에서 시작됐다"면서 "단기기간에 많이 모금하는 것보다 동문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중앙대도 '1% 기부운동'을 통해 동문과의 '관계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1%의 개념은 소액이라도 학교발전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마음의 표시'다"라고 대외협력과 김박년씨는 전한다.

또 안정적인 기금 마련을 위해 중앙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험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 2001년 10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에는 2천여명의 동문이 중앙대를 통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 있다. 동문중 차량소유자를 4만여명 정도 파악해 두고 있는데 동문이 납부하는 보험료에서 7.5%정도의 수수료가 발전기금으로 기부되는 형식이다. 김영찬 대외협력부장은 "간접기부 효과를 가지는 이 사업은 동문들에게 고액 기부의 부담을 줄이고 학교 발전에 동참한다는 '참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2만여명이 가입하면 1년에 10억여원의 고정 수익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캠페인 통해 '기부문화' 유도
동국대는 오는 2006년 개교 1백주년을 맞아 교직원을 비롯, 동문, 불교계 신도들을 대상으로 '1백만 등 달기'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1천억 원의 모금을 목표로 '건학 1백주년 D-1000일'행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연세대는 지난 2001년 12월부터 시작한 '연세사랑 한 계좌 갖기 운동'이라는 모금 캠페인을 통해 모든 기부금을 통합 운영, 관리하고 있다. 기부자 이름을 딴 '000연세 사랑 기금'은 현재까지 9백39명이 참여해 40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았다. 대외협력과 엄태진씨는 "예전에는 도서관 건축 등 사안·목적별 기금이 많았는데 상시적인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동문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동문과 학생을 주 대상으로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E-pro(2%)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용돈의 2%를 장학기금으로 내는 온라인 모금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총 73명이 참여했고, 55만여원을 모금했다. "기부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젊은층의 참여를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후견인 제도 활용한 '장학기금'
고려대의 장기발전계획인 '글로벌 고대 프로젝트'에 따라 문과대의 어문계열 학생들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한 학기씩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에 나가 '어학연수'를 받게 된다. 고려대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고대 형제자매 캠페인'을 벌여 동문들로부터 '장학기금'을 모금할 예정이다. 동문 한명이 후배 한명을 책임지는 식이다.
성균관대는 동문 여러명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후배 1명의 학업을 돕는 '후배후원결연운동'을 펼쳐 2백여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고 있다.

모교 방문 행사는 '연례 행사'
한양대는 지난 1999년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동문 재상봉 행사'를 11일 5회째 가졌다. 오재응 기획조정처장(기계공학부)은 "30여년 전에 졸업한 동문들을 초청해 모교의 변화와 발전상을 소개하고,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한양대는 매년 10월경에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고려대는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지난 1일 기부자를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사은의 밤' 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11일에는 73학번 입학 30주년 모교 방문행사, 17일에는 63학번 입학 40주년 모교 방문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1일에는 고려대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베토벤의 밤'을 열기도 했고, 오는 11월 8일에도 세계적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를 초청해 내한공연도 열 계획이다. 
이두희 고려대 대외협력처장(경영학과)은 "기부도 해본 사람이 많이 하는 것 같다. 지속적인 기부 동기 유발과 모교에 대한 애착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예우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대학에도 '학부모 후원회' 등장
학부모회는 초·중등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엔 대학에도 '학부모 후원회'가 생겼다.
성균관대는 각 학부별로 모금 활동이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보통신공학부와 법학부는 '학부모 후원회'를 조직,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부별 기금 마련은 물론, 연수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연세대는 매년 10월을 '학부모의 달'로 정해 2∼3백여명의 학부모를 초청하고 있다. 특히 유학이나 고시, 기독모임 등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학부모들을 교수와 연계시켜 '연세기독학부모모임' 등 5개의 '학부모 동우회'를 편성할 계획이다. 일정액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멤버십 카드도 발급할 예정이다.

인터넷 기금 사이트 '포털화'
대부분의 대학들이 '발전기금 모금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모금 현황 및 방법, 행사 등을 안내하고 있다. 경희대는 'Future 경희'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터넷 모금을 통해 소액 다수 기부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7억4천여만원을 모은 것이다. 경희대는 사이트를 포털화해 동문찾기나 쇼핑몰 운영도 고려중이다.
중앙대는 지난 2002년 10월부터 학교홈페이지에서 '중앙가족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업체가 운영을 맡고 있고, 상품구매시 일정 수수료를 발전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는데 성과는 미미하지만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학교 자구책'의 일환으로 상징성을 내세우고 있다.

대학로고 '브랜드화' 마케팅도
대학로고를 상품화시켜 홍보효과와 함께 수익도 거두는 '브랜드 마케팅'도 활발해 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지난 1999년부터 'KAIST'를 유명 브랜드로 육성하는 사업을 진행해 (주)씨채널(안경), (주)케어택(양말), (주)팀웍(골프화) 등에 'KAIST' 상표를 달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기업청과 'KAIST브랜드 육성지원사업 협약'을 맺고 기술을 인정받은 중소기업 상품에 'KAIST'브랜드를 붙이도록 했다.
로열티의 70%를 재단 발전기금으로 적립되고 있는데 현재 'KAIST'사업을 통해 1억7백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예우 차원 '네이밍 기법' 유행
최근 고액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예우차원으로 새로 건립하는 학교건물에 기부자의 이름과 약력, 사진 등을 담아 영구히 보존하는 '네이밍 기법'이 확산추세에 있다.
고려대는 최근 완공한 LG-포스코 경영관에 있는 모든 강의실과 라운지의 이름을 약력과 함께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000강의실, 000라운지로 부르는 것이다.
성균관대도 6백주년 기념관 입구에 기부자 동판을 설치해 두고 있고, 000첨단강의실 등 학내시설에 명의를 부착하고 있다.
중앙대는 내년 6월에 완공되는 교수연구동에 인테리어 대신 기부자의 사진과 이름 등을 담아 영구 보존할 수 있는 '대형 벽화'를 걸 예정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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