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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기획: 학내연구소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끝)- 제도와 절차상의 변화 모색들
연재 기획: 학내연구소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끝)- 제도와 절차상의 변화 모색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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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구성원들 '결의' 중요…때론 과감한 구조조정도

  국내에서 연구소의 사활을 결정하는 요인은 분명하다. 외부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과제를 수주해 올 수 있는가다. 이에 따라 한해 예산이 결정되며, 연구원들도 채용할 수 있다. 판을 벌이는 것 자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이 상아탑에도 깊숙이 자리잡은 경쟁사회의 현실이다.
일례로 지난해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도 연구교수의 수가 25명에서 10여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아직까지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못해 계약갱신을 못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어떤 연구소라도 안심할 수 없다.

연구기회 활장할 수 있는 메리트 제공하기도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는 이론적인 설명은 쉽다. 능력 있는 연구원들을 섭외하고,  운영과 조직을 단순하게 만들어 적절한 업무를 할당하고, 명확한 작업 단계를 구성해 활기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연구소들이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연구교수들의 상당수가 잡다한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주먹구구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해 연구 발표 막바지에 부랴부랴 밤을 새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하는 연구소들이 있다. 고려대 평화연구소(소장 강성학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경우 프로젝트 관련 세미나를 1년에 4회 연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학진 지원 프로젝트가 4건인 관계로 1년에 세미나만 열여섯번이다. 학진에서 요구하는 중간 발표회가 연 1회 정도인 것에 비하면 훨씬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몇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연구원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된다는 것과 장기 연구의 경우, 진행의 느슨함 없이 연구자들을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잦은 세미나로 오히려 연구의 두께가 얇아지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세미나에는 외부의 전문가를 초청한다. 세미나를 통해 연구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다.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메리트를 제공하는 것은 전형적인 활력소로 자리잡고 있다. 영남대 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상달 생물산업공학과 교수)의 경우는 미국 일리노이 대와 협정을 맺어, 두 대학 연구자들이 정기적으로 오가며 방문연구, 강연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영남대의 젊은 교수나 대학원생들에게는 명문 일리노이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리노이대 출신의 교수가 '다리를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곳에서 연구한 결과물을 국내에 가져오거나, 유명 저널에 발표하는 기회를 얻는 등 연구소와 연구자 양자에게 다 도움이 된다. 연구의 질을 높인다는 효과 외에도 나도 한번 '나갈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열띤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방대라는 핸디캡도 멀리 쫓아버린다.

그러나 현재 연구소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대폭적인 구조조정이나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막강한 지원 말이다. 연구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수십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교수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이들은 그야말로 '철새'에 다름 아니다. 대부분의 연구소 소장직은 2∼3년에 한번씩 돌아가는 순환보직이고, 프로젝트에 계약된 연구교수들은 프로젝트 종료와 더불어 다른 프로젝트 팀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연구소의 업무를 꾸준하게 책임질 수 있는, 전임 연구인력이 없다면 지속적인 발전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임교원 확보로 자생력 높여야

한국해양대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전임연구원 확보로 연구소의 자생력을 확보한 케이스다. 2년전 교내에 난립하던 수십 개의 연구소를 통폐합해 단과대학 별로 하나의 연구소를 두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대신에 세부연구소들을 연구소 산하의 특성화 센터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름만 걸어둔 연구소들은 활발한 쪽으로 흡수됐고, 겹치기 활동을 하던 연구원들도 하나의 센터에 집중할 수 있게 조처를 취했다. 그러니 행정업무가 대폭 줄어들어 최소한의 행정인력을 둔 상태에서 연구소마다 4∼5명 이상의 전임연구원을 고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일례로 해양과학대학 부설 연구소인 해양과학기술연구소(소장 손경호 교수)에는 4명의 전임연구원들이 있다. 이들의 인건비는 학교에서 지원하고, 학진을 비롯해 기업 연구에서 위탁한 연구를 수행할 때는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는다. 연구소의 전임연구원이 연 3∼4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산 문제도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대학 측에서 연구소 당 매년 1∼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지만, 실제로 연구소가 수주해오는 프로젝트가 훨씬 많기 때문에 그로부터 받는 간접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연구소에 재투자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설명. 물론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이공계 연구소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과감한 조정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연구소는 교육과 연구를 두 축으로 하는 대학의 원래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 부설 연구소는 몇몇 교책 연구소를 제외하고 나면, 이렇다할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방치된 것이 대부분이다. 연구소의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신바람 나게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요소를 구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조금씩 확보해 나가는 첫발부터 시작한다면, 연구소 활성화의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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